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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투자’하라면서 사업 확장은 안된다?

성장과 개혁, 기로에 선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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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1.28 09:57:35

(CNB=도기천 편집국장) “투자요? 꿈도 못꿔요. 현상유지하는 게 올해 목표예요”

내로라하는 몇몇 기업의 임원들이 약속이나 한듯 똑같이 하는 말이 ‘올해가 최악’이란다. 어느 해든 ‘위기’가 아닌 해가 없었지만 그냥 죽는소리로 흘리기에는 새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선 우리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의 2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반도체 수출이 내리막길이다. 경사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월호 그린북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등 앞날이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중 80% 가까이가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38%나 감소했다. ‘어닝쇼크’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도 해결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일부 절충점을 찾았지만 워낙 입장차가 큰데다 설령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우리 입장에선 과거보다 높은 관세장벽을 마주해야한다.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수출품목의 수익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주요 수출대기업들의 생사가 여기에 달려 있다.

나라 안으로는 돈이 돌지 않아 난리다. 비상경영에 나선 대기업들이 ‘곡간’에만 돈을 쌓으면서 사내유보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대로 서민들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

일자리, 가계대출, 증시, 경제성장률 등 대표적인 경제지표들의 수치가 하나같이 불안하다.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돌파했다며 호들갑이지만 서민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로 들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졌던 적폐청산, 재벌개혁, 소득주도성장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자리에는 규제개혁, 혁신성장 같은 단어들이 채워지고 있다.

촛불혁명 정신을 주창했던 1기 문재인 시대의 개국공신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는 한때 ‘문(文)의 복심’,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며 성주디앤디, 하림, 미스터피자, 비비큐, 부영, 대림산업, 효성, 한진(대한항공), 금호아시나아, BHC, 교촌치킨 등 숱한 기업을 도마 위에 올렸던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등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현장 방문→투자발표’ 영혼 없어

특히 새해 들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살리기 의지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만나 “내가 수소차 홍보대사”라고 말하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삼성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료들은 재계 인사를 만날 때마다 규제완화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5일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절정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KT 황창규 회장, 신세계 정용진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모두와 중견기업인, 전국상의 회장단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28명의 경제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투자지원과 규제혁신을 공언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움직임은 대통령의 기대에는 못미치는 듯하다. 삼성, 현대차, LG 등 여러 대기업들이 내놓은 투자계획의 규모를 합치면 수백조원에 이르지만 당장은 내수경제나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이 거의 없기 때문.

기업들의 투자는 주로 생산공장 건설과 연구·개발(R&D)에 집중돼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전장(전자장비), 5G(5세대 이동통신), 수소·전기차 등 미래먹거리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서민들이 체감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당장 얼어붙은 경기를 해동하려면 보다 피부로 느낄만한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일정부분 허용해 실질적인 투자가 늘어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문어발식 확장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이런 규제는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 내부거래 제한 등도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의무휴업 제도도 다시 검토하길 바란다.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를 규제하면 소상공인이 살아날 것이란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대기업쇼핑몰과 재래상권이 같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아무리 산업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투자를 호소해도 기업들은 실리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5년, 10년의 마스터플랜을 공개하고 정권이 바뀌면 조금 손봐 다시 재탕하는 식의 투자 발표는 아무 감흥이 없다.

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있는 날 주가가 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가?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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