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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박원순發 경제살리기…현대차 ‘마중물’ 되나

대권 레이스 승부수…‘서울 리모델링’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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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1.16 08:59:25

서울시가 경제살리기의 일환으로 현대차의 국내최대 규모 신사옥 건립을 지원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재벌정책 변화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가도가 맞물리면서 이르면 상반기 안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숙원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첫삽을 뜨게 될 전망이다. 민간기업의 신사옥으로서는 규모와 생산유발효과 등에 있어 사상 최대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박 시장이 태도를 바꿔 현대차를 적극 지원키로 한 만큼, 다른 대기업들의 대형 건설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CNB=도기천 기자)

서울시 정책기조 ‘공동체’→‘경제’
국내최대 ‘현대차 GBC’ 일사천리
대권 경쟁 조급함? 우려 목소리도


서울시는 현대차의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조기 착공이 가능하도록 인허가 처리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GBC는 현대차가 3조7천억원을 투자해 105층 규모로 짓는 신사옥으로, 주요 계열사 15개사와 직원 1만여명이 이곳에 입주한다. 지하 7층∼지상 105층 규모로 높이가 국내 최고인 569m에 달한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는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3차례 보류된 바 있다. 고층건물이 전투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국방부 등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고, 강남 한복판에 100층 이상 대형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는 만큼 교통·인구집중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인근 1200년된 사찰인 봉은사가 일조권 침해로 인한 문화재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었다.

현재 이 사업은 지난 7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한 상태다. 사업시행자인 현대차가 인구유발 저감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서울시는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이행상황을 관리하는 조건이다.

따라서 착공까지는 시의 인허가 절차만 남았다. 건축 계획이 법·제도를 준수했는지 점검하는 건축허가, 지하 구조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굴토 및 구조심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고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는 최대 8개월이 걸리는 인허가 처리 기간을 5개월 이내로 줄여 착공 시기를 앞당기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관계자는 15일 CNB와 만나 “현대차가 봉은사와 절충점을 찾았으며, 시의 정책기조도 서울경제 활성화로 전환된 만큼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가 큰 GBC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투시도.

현대차 숙원…상반기 ‘첫삽’

재계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재벌정책 기류가 변한 점, 박 시장의 ‘서울 리모델링’ 의욕 등으로 볼 때 상반기 중 착공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민선 7기 청사진인 ‘서울시정 4개년(2019~2022)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기본 과제로 삼았다. 시는 ▲마곡 융복합 연구개발 단지 ▲상암 미디어시티 프로젝트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창동 음악산업 단지 ▲개포 디지털 클러스터 ▲양재 R&CD 클러스터 ▲강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 등 6개 지역을 서울 경제의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는데, GBC는 ‘국제교류복합지구’와 맞물려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만들어지는 국제업무·MICE·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건립 계획으로, 시가 2023년까지 추진하는 장기 핵심 사업이다.

현대차는 이 사업에 포함된 한전 부지를 지난 2014년 10조5500억원에 사들여 GBC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한전 부지의 용도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주는 조건으로, 현대차로부터 토지·시설 일부를 기부채납 받았다.

시는 이를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사업에 포함시켜 강남권역에 고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도시행정학회에 따르면 GBC 건설·운영에 따른 생산유발효과가 27년간 265조원에 이르고, 121만5천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박 시장과 현대차는 경제살리기 측면에서 사실상 한배를 탄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권 프로젝트 본격 가동?

특히 박 시장에게 올해는 정치적 명운이 걸린 한 해다.

한때 대권후보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작년 여름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표로 야기된 서울 집값 폭등, 작년 가을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진보 진영 지지층 일부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지지율이 박 시장 지지율을 넘어서고 친노무현계 적통인 유시민 전 의원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열성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박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박 시장이 대권 잠룡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해 서울시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박 시장이 무기한 연기했던 ‘여의도·용산 플랜’ 카드를 최근 다시 꺼낸 것은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용산전자상가와 한강 등을 연계해 2030년까지 용산을 동아시아 핵심 지역으로 만들고, 여의도는 주거·업무·상업 기능을 아우른 초고층 국제·금융 도시로 바꾸겠다는 이른바 ‘통개발’ 계획을 내놨다가 이 일대 집값이 급등하자 철회했었는데, 최근 신년사에서 다시 이 지역을 ‘6대 융합 신사업거점’으로 언급했다.

박 시장의 이런 대권 의지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에서 ‘혁신성장’으로 경제정책 코드를 바꾼 점도 현대차를 고무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들어 규제혁신과 신산업 투자 지원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5일에는 청와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KT 황창규 회장, 신세계 정용진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모두를 불러 규제혁신(규제완화)을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에 3조5000억원 이상의 재정지원과 함께 친환경 차를 대폭 증산하겠다고 밝힌 점은 현대차에게 큰 호재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연말 ‘FCEV(수소차)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들여 수소차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늘리고, 5만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초대형 플랜을 공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친화적으로 변하면서 기업들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올인, 매머드 사업들 ‘속도’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현대차 GBC 건립은 그동안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던 여러 대기업들의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시장의 ‘원칙론’에 부딪혀 개발이 지연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롯데쇼핑이 2013년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6호선 DMC역 인근 부지(2만644㎡)를 1972억원에 매입해 추진 중인 ‘상암 롯데몰’은 인근 시장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6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2004년 서울시가 세계최고층 빌딩으로 건립하려했던 서울 랜드마크타워 플랜도 여러 시행착오 끝에 결국 백지화 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CNB에 “시정 방향이 경제활성화로 전환된 만큼 다른 개발사업들도 최대한 협조해나갈 방침이며, 사업 하나하나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CNB에 “오랜 세월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박원순 시장은 대규모 투자·개발보다 환경개선과 공동체에 입각한 도시재생사업을 시정의 중심에 뒀었다”며 “그럼에도 최근 매머드급 사업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것은 (대권 경쟁에서) 확실하게 보여줄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집없는 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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