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지난 8일 최태원 회장이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구성원들과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다고 13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등 서린사옥 내 구성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형식과 내용 모두 기존 틀을 깨는 파격 행사였다. 모바일 앱을 이용, 현장에서 구성원들이 질문이나 의견을 즉석에서 올리면 이에 최 회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때로는 최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되묻기도했다.
최 회장은 컬러풀한 줄무니 양말을 선보이며 “이렇게 양말 하나만 변화를 줘도 주변에서 뭐라 할 수는 있겠으나, 본인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달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SK는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사회적 가치가 원활하게 창출될 수 있고, 이 같은 구성원의 단합된 힘과 실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리더들의 희생과 구성원들의 자발적 행복추구가 어우러져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이뤄져야 조직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맞춰 최 회장은 구성원들과 직접 만나 구체적 실천 과제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
최 회장은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조직, 제도, 사람을 바꾸고 새롭게 한다고 긍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각자가 느끼는 불합리는 대화와 소통, 제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이런 솔루션은 구성원스스로도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외부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자”며 “외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함께 공유,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근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에 열려 참여도가 높았다. 임원들도 자리가 부족해 계단이나 바닥에 앉아 제공된 김밥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토론에 참여했다. 최 회장은 “여러분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일부러 점심시간을 잡은 것이니 양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 행사 성격대로, 최 회장과 구성원들 간 솔직하고 격의없는 토론이 1시간 30분 가량 이어졌다.
예컨대 ‘회장님의 워라밸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 워라밸은 꽝”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여러분보다는 출퇴근 시간을 조금 더 편하게 조절할 수 있겠지만,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업무가 이어지기 때문에 솔직히 제게 워라밸은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여러분도 저처럼 하시라고 말하면 제가 꼰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 최 회장은 행사장 바닥에 앉아 있던 구성원들 옆에 같이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과 올해 100회 소통하는 것이 제가 행복 만들기를 실천하는 방법이며, 여러분들도 각자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달성함으로써 다 같이 ‘행복 트리(tree)’를 만들어 가자”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일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 임직원을 100회 이상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4일 SK주식회사 구성원들과 ‘100번 토론’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SK 관계자는 “단순히 SK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기 위한 자리로 소통경영에 나서고 있다”며 “올해는 경영현장을 찾아 소탈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