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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옷과 책의 만남…‘LF 해지스 명동점’의 특별한 문학기행

소설가 김영하 북토크 “소설의 힘은 공감과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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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12.27 10:11:44

LF의 패션 브랜드인 해지스의 플래그십스토어 명동점은 김영하 소설가 등 문학인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화려한 외관뿐만 아니라 1층에 출판사 문학동네의 카페꼼마가 입점해 패션 쇼핑과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해지스 명동점 전경 모습. (사진=손정호 기자)

패션기업 LF가 문학과 만났다. LF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해지스 매장에 김영하 소설가가 나타나 독자들과 이야기꽃을 피운 것. 한해 끝 무렵의 어느 겨울밤은 그렇게 ‘나를 찾는 시간들’로 메워졌다. 조화로울 듯, 조화롭지 않을 듯한 둘의 조합에 CNB가 함께 했다. (CNB=손정호 기자)

‘문학카페’와 ‘패션브랜드’ 결합
옷 고르고 책 읽고…이색 공간
쇼핑트렌드 바뀌며 지역 명소로


“세상은 복잡하고 사람들은 공격적입니다. 우리는 쉽게 상처를 받고,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인물에게 공감을 느끼고, 그 과정 안에서 자신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김영하 소설가)

지난 23일 밤 LF의 패션 브랜드인 해지스의 플래그십스토어 명동점은 바깥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문학열기가 뜨거웠다. 최근 문을 연 이곳은 ‘스페이스H’로 불리는 공간이다.

이곳은 처음부터 문학과 패션의 만남이라는 설계를 통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태어났다. 지난달 개관한 이래 문인들을 초대해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박준, 김민정 시인과 함께 ‘서로 둘이 열두 편의 시를 읽는 밤’을 주제로 고객들을 만났다. 김 작가의 강연도 이런 기획의 일환이다.

이날 김 작가는 소설 읽기의 순기능에 대해 역설했다. 점점 빨리 변하는 소비의 시대에 문학의 영토가 좁아지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소설을 읽으면 현실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지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지난 23일 LF의 해지스 명동점은 김영하 소설가 강연회를 가졌다. 김 소설가가 해지스 명동점 1층 카페꼼마에서 ‘왜 소설을 읽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패션과 문학에 관심이 많은 100여명의 사람들이 김 소설가의 강연을 들었고, 명동거리를 오가던 사람들도 유리창 안으로 강연 모습을 바라봤다. (사진=손정호 기자)

100여명의 사람들은 김 작가의 말에 때론 웃고, 때론 진지하게 1시간 동안 강연을 들었다.

그는 “우리는 책을 읽고 난 후에 변화를 경험하길 바란다”며 “소설은 내 안의 감정을 축적한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가 쓴 경제서적은 읽는 목적과 내용이 명확하지만, 소설책은 불명확하다는 것.

소설을 통한 ‘공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는 건 소설에 몰입해서 공감할 만한 사람을 찾아냈기 때문”이라며 “내가 공감하는 사람이 주인공일 수도 있고, 주인공에게 적대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소설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20~30페이지를 읽어나갈 때 내 영혼을 뒤흔드는 힘이 있는가, 빠져드는가, 그래서 세상을 잊게 해주는가라는 점”이라며 “현실은 복잡하고 공격적이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끌고 간다”고 말했다. 친구와 카카오톡을 주고 받는 것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

특히 그는 하루 종일 감정노동에 시달린다는 한 여성 독자의 이메일을 예로 들었다. 김 작가는 “그녀는 집에 늦게 돌아와 지쳐서 잠이 드는 삶을 반복했는데 유일한 위안이 소설 읽기였다”며 “(그녀는) 좋은 친구와 캠핑을 가면 옥시토신이 분비되지만, 이런 경험을 실생활에서 자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야기는 잔소리와 달라 설득력이 있다”며 “세속적인 인물을 발견하고서는 자신을 돌아보고 용서하게 된다. 그러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윤리적인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설만의 특징으로는 플롯과 등장인물을 꼽았다. 그는 “플롯은 정보를 배분하는 방법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정보를 알려주는 순서를 잘 배열해야 한다”며 “추리소설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제일 앞부분에서 밝혀버리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LF의 해지스 명동점은 1층에 출판사 문학동네의 카페꼼마가 입점해 있다. 거대한 책꽂이에 문학동네의 세계명작전집이 꽂혀 있다. 김영하 소설가의 강연회 때는 그의 대표작들이 전시됐다. 현장에서 옷, 가방 등과 함께 책도 구입할 수 있다. LF는 해지스 명동점에서 지속적으로 문학인의 북토크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손정호 기자)

‘책방-카페-패션몰’ 독특한 동선

이날 김 작가가 강연을 진행한 ‘스페이스H’ 명동점은 패션에 문학을, 문학에 패션을 접목시킨 건축물이다.

1층에는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카페꼼마’가 자리잡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책꽂이부터 보인다. 여기에는 문학동네 세계명작전집이 꽂혀 있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소설책을 읽다가, 2~5층으로 이동해 여성복, 남성복, 골프웨어, 가방 등 다양한 해지스 제품들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카페꼼마에서 강연을 진행했는데, 여기에는 그의 대표작인 ‘오직 두 사람’ ‘살인자를 위한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의 책이 진열됐다. 옷을 구경하다가,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책을 읽고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김 작가는 이 독특한 건축물에 대해 “카페와 옷가게를 합해서 예쁘다. 책을 접할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며 “책을 사러 갔다가 옷을 사기도 하고, 옷을 사러 갔다가 책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종종 찾는다는 한 40대 주부는 “책과 옷이 한데 어우러져 묘한 편안함을 준다”며 “특히 문학강연은 일상을 벗어나 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LF는 문학인 강연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LF 관계자는 CNB에 “‘스페이스H’는 책을 콘셉트로 만들었다”며 “문학 등 인문학은 고객과 오랫동안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씩 문학동네와 함께 문인과의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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