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기자 |
2018.12.26 16:03:12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내년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 소비가 동시에 감소하는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CNB는 기업·산업별로 2019년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신(新)성장동력으로 부상한 렌탈 시장이다. (CNB=도기천 기자)
‘똑똑한 소비’ 대세…렌탈 시장 급성장
생활가전에서 헬스케어까지 품목 진화
기업-소비자 잇는 ‘렌탈 플랫폼’ 눈길
경기침체와 1인가구 증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활성화로 국내 렌탈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3조원 규모였던 렌탈 시장은 지난해 25조원을 넘었고, 2020년에는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자동차 렌탈이 11조4천억원으로 가장 크고, 산업기계·장비 렌탈이 9조원, 가정용품 렌탈이 5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사업방식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자체생산품을 임대로 빌려주는 전통적인 렌탈 방식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 유통망과 연계한 플랫폼 사업 등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또 기존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 위주에서 의류, 헬스케어, 취미, 유아용품에 이르기까지 아이템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정수기 한물가고 헬스·뷰티 부상
우선 전통적인 렌탈 시장에서는 코웨이, 청호나이스, SK매직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웨이는 1998년 웅진코웨이 시절 업계 최초로 정수기 렌탈을 시작했다. 당시 정수기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라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를 못했는데, 제품 가격의 3~4%(월3~5만원)만 내고 제품을 써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웅진그룹의 태양광사업 진출 등 무리한 사업확장과 인수합병(M&A)으로 재정위기를 겪었다. 결국 웅진은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코웨이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이후 코웨이는 계속 성장해 현재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누적 계정만 580만대에 이른다.
웅진은 최근 코웨이를 되찾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자회사 씽크빅 유상증자, 브릿지론,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3800억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내년 3월 15일까지 MBK에 약속한 자금을 건네면 인수가 마무리된다.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웅진렌탈의 방문판매 인력 1만3000명, 코웨이 2만명 등 3만3천명의 인프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 초 코웨이를 인수한 뒤 당분간 사업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내년 하반기에 원조브랜드인 ‘웅진코웨이’로 사명을 변경할 계획이다.
하지만 막대한 인수자금 투자가 그룹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웅진그룹은 올해 상반기 27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런 상황에서의 코웨이 인수는 재무구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렌탈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직면했다는 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렌탈 업체들은 ‘제살 깎아먹기’ 식인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동남아 등 해외 개척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웅진과 코웨이의 뒤에는 SK매직과 청호나이스, 쿠쿠홈시스 등이 2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누적계정 150만대를 기록하고 있는 SK매직은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누적계정 300만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업계 최초로 얼음정수기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청호나이스는 현재 140만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도 수익성이 좋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할 계획이다.
130만 계정을 기록 중인 쿠쿠홈시스는 신제품을 확대하며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렌터카 시장에서는 업계 2위 SK네트웍스가 3위 AJ렌터카의 지분 42.24%(약3000억원)를 인수해 1위 롯데렌탈을 바짝 뒤쫓고 있다. AJ렌터카 인수로 SK네트웍스의 시장점유율이 21.9%로 늘어나, 롯데렌탈(점유율 24.26%)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2세대 렌탈사들 속속 등장
이런 가운데 ‘자사 제품 대여’라는 전통적인 사업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업 모델이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플랫폼 구축을 통해 여러 업종의 회사들과 제휴, 다양한 제품군을 소비자들에게 대여하는 사업 방식이다.
웅진, 청호 등 1세대 렌탈기업의 경우, 제품종류가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에만 국한돼 있다 보니 빠르게 진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은 제조사와 유통네트워크를 이어주는 일종의 중계상 역할이다 보니 제품종류의 확장성이 사실상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 업계 최초로 TV홈쇼핑을 통해 렌탈 플랫폼 시장을 개척한 비에스렌탈(BS RENTAL)의 경우, 최신 가전부터 리빙, 뷰티, 헬스케어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군을 망라하고 있다.
청소기, 공기 제균기, 드라이기, 노트북, 블랙박스, 디지털피아노, 안마의자, 쇼파, 침대 등 생활용품부터 탈모치료기, 가슴확대기, 안구건조기 등 전문적인 헬스케어용품에 이르기까지 렌탈 품목이 수백종에 이른다.
최근에는 레이저 전문 헬스케어 기업 라메디텍과의 제휴로 당뇨환자들을 위한 바늘 없는 레이저 채혈기에 대한 렌탈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또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손잡고 마트 매대를 통해 가전·뷰티 등 생활용품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과 제휴해 해당 카드로 렌탈제품을 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이처럼 렌탈 플랫폼 사업은 TV홈쇼핑, 대형마트, 카드사, 헬스케어기업, 가전 제조사 등 여러 업종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독 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 경제는 소비자가 먼저 가격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는 신개념 경제모델이다.
이 분야 기업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비에스렌탈의 경우, 2015년 14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 1050억원 규모로 3년새 7배 이상 성장했다. 3년전 16억원이었던 영업이익도 올해 약1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소유’보다 ‘사용’이 新트렌드
렌탈 시장은 새해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똑똑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가장 큰 성장 이유로 꼽고 있다. 렌탈 서비스는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는 스마트한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진다는 것. 여기에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소비 패턴이 달라진 점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5조5천억원 규모였던 가정용품 렌탈 시장 규모가 2년 후에는 두 배 가량 늘어난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늘어나면서 첨단가전 제품과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의 렌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CNB에 “현재의 소비 트렌드는 갖고 싶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기간만큼만 사용하는 ‘대여’가 대세다. 따라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인기품목을 얼마나 많이 런칭 하느냐가 사업의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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