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가 매서운 12월, 기업들의 온정 나누기가 한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봉사, 생필품 전달이 대세인 가운데 다채로운 방식이 눈에 띈다. 이에 CNB는 2회에 걸쳐 기업들의 다양한 나눔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는 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뤘다. (CNB=선명규 기자)
[생생 나눔현장(上)] 삼성·LG·CJ…“나르고 버무리고” 세밑 온정 나누기 러시
주요기업들 작년보다 기부액 늘어
대기업들, 막판 통 큰 기부 한창
쪽방촌 시설개선 등 봉사도 활발
2018년을 ‘기업 기부의 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지난 9월 기준, 기업 기부금이 작년보다 크게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기 때문.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500대 기업이 기부한 금액은 1조2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124억원)보다 약 10%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1829억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1705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더 쓴 것이다. 2위를 기록한 KB국민은행은 작년보다 기부액을 162%나 늘린 560억원을 냈다. 현대자동차(448억원), SK텔레콤(406억원), KT(388억원) 등도 대규모 기부행렬에 동참하며 ‘기업 기부의 해’를 완성했다.
올해가 저물어 가는 가운데 기부 러시는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은 현금지원에 더해 봉사 등 소외이웃을 돕는 갖가지 활동으로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12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20억원을 기탁했다. 해당 성금은 저소득층 및 장애인의 기초생계 지원, 주거 및 의료환경 개선, 청소년 교육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도 3도 상승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올해 모금 목표액인 4105억원 중 1%에 해당하는 약 41억원이 모아질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오른다.
이방수 (주)LG CSR팀 부사장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작은 정성이지만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이웃사랑성금으로 120억원을 내놨다. 21일 SK에 따르면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최광철 SK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이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게 해당 성금을 전달했다. SK는 1999년부터 매년 이웃사랑성금을 기부해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1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성금 250억원을 전달했다. 해당 기금은 아동·청소년 인재 육성과 사회 취약 계층의 자립 역량 강화, 장애인·노년층 등 교통약자 안전·이동 편의 증진 등의 분야에 지원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도 이달 초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100억원을 출연했다. 포스코가 80억원, 포스코대우·포스코건설·포스코켐텍이 각각 5억원, 포스코에너지 2억원, 포스코강판·포스코엠텍·포스코터미날이 1억원씩 등 그룹사들이 두루 정성을 모았다.
기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돼 사회 취약 계층의 기초 생계 및 교육 자립 지원, 지역사회의 주거 환경 재선과 보건 의료 지원 등에 사용된다.
송년 봉사로 ‘기부의 해’ 마무리
기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막바지 ‘송년 봉사’가 나눔의 기운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추운 겨울, 꼭 돌아봐야할 곳이 있다면 단연 쪽방 밀집촌이다.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2~3평 남짓한 거처가 몰린 지역이다.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일용직근로자 등이 기거하고 있다. 환경이 열악해 동절기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삼성은 이달 초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인천 등 전국 5개 도시의 쪽방촌을 찾았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의 임직원 270명이 봉사에 나섰다.
이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쌀, 장조림, 캔, 곰탕 파우치 등 장기 보관이 가능한 부식으로 구성된 생필품을 전달했다. 홀로노인에게 전한 것은 물품뿐이 아니다. 안부를 물으며 말벗이 되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쪽방상담소에서 쪽방 주민들을 위한 ‘신한 따뜻한 보금자리 만들기’ 봉사를 했다. 조용병 회장과 13개 그룹사 CEO, 임직원 60여명이 화장실, 샤워실 등을 보수하고 한파와 폭염에 대비해 냉난방 시설 개선작업을 했다. 작업 이후 조 회장은 인근 쪽방촌을 찾아 전기매트와 라면을 전달하기도 했다.
삭풍 몰아치는데 썰렁한 곳이 어디 쪽방촌 뿐일까. SK건설은 600만원 상당의 방한용품을 직접 만들어 저소득가정에 선물하며 온기를 높였다. 전기방석, 문풍지, 보온주머니 등의 물품으로 꾸린 상자 600개 안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동봉해 전했다.
소방서에서 특별한 ‘송년음악회’
한 해를 보내는데 음악이 빠지면 허전하다. 한화그룹은 2018년의 끝자락에서 특별한 송년음악회를 열었다. 이 공연이 특별했던 이유는 장소 때문이다. 지난 12일 클래식 선율이 잔잔히 흐른 곳은 전문 공연장이 아닌 충남 천안에 있는 중앙소방학교였다.
1년 동안 고생한 소방관들을 응원하고자 악기를 잡은 이들은 한화청소년오케스트라였다. 단원들이 직접 이번 공연의 무대를 선택했다. 평소 가장 존경하는 직업으로 소방관을 꼽았기 때문이다. 백성훈 한화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신당고 2년)은 “이번 음악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객석에는 소방공무원 200여명이 자리했다. 무대에 선 한화청소년오케스트라는 가곡 ‘그리운 금강산’,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팝송,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해 장내를 뜨겁게 달궜다. 공연을 감상한 김광석 소방 간부 후보생은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들려준 한화청소년오케스트라 덕분에 연말을 즐겁고 뜻깊게 보냈다”고 말했다.
올 한해 경기침체에 난관을 겪은 기업들이 되레 기부와 봉사에 특히 공들이는 이유는 뭘까? 재계는 불황이 오히려 기부 심리를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CNB에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번진 듯하다”며 “현금 기부뿐 아니라 평소 가진 능력을 나누는 재능기부가 활발해진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