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재개 및 확대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서울 답방,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북 7대 독점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 현대아산, 범(凡) 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의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위한 건설업 외에도, ICT 인프라, 금융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견기업, 중소기업에게 좋은 활로가 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유통 등 다른 사업분야의 이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의 사업참여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2차 북미정상회담도, 남북경협 확대도 결국에는 통일이라는 목적지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통일을 하기까지에는 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곳에 도착하기 전의 과정에서 통일을 상정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문제를 온전하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한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입장이 다소 다르다고 해도 대부분 통일을 목표로 해왔다. 보통 연방제 통일과 연합제 통일로 요약된다. 연방(federation)제 통일은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 연합(confederation)제 통일은 1민족 2국가 2체제 2정부의 통일을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통일대박론’을 내세웠다. 장강명 소설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는 다른 모습의 통일 상황을 그리고 있다. 북한이 고립된 상태로 내부붕괴가 돼 남한에 흡수된 상태의 통일이다. 북한지역에서는 무정부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 빠진다.
우리는 두 통일방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용과 효율성, 낮은 기회비용의 문제일 것이다. 어떤 통일방안이 장기적으로 남한과 북한, 인접국인 중국과 러시아, 일본, 미국 등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길일까.
이런 생각 끝에 영미식의 연합국가 통일을 상정해봤다.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나 영국(United Kingdom)처럼 ‘유나이트 코리아(United Korea)’를 지향하는 길 말이다. 이는 현재 북한이 추진하려고 하는 경제개방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UN 중심의 국제사회에서 통일된 한반도가 보다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거대한 안전핀으로서 한반도와 평화, 냉전의 종식, 동북아시아의 공동 번영, 동서양의 대립 종결 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라면 통일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낮추면서, 새로운 길을 가는 데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통일을 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인접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와 무역을 하지 않아도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 빠진 남한, 수백만명이 굶어죽는 과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북한, 근현대사의 잘못된 연결고리를 바로잡고 싶다는 소망 앞에서 우리는 경제적, 정치적 발전을 위해 이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한 말이 있다. ‘지난 천년의 시간을 모르는 사람은 암흑 속에서 살아가리.’ 가장 좋아하는 그림 제목 중 하나는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이다. 또 최근에 개봉한 미국의 할머니 삽화가 겸 동화작가인 타샤 튜더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를 보면서 우리의 이상적인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20만평의 대지에 꽃과 웰시코기, 닭, 새 등을 키우고 그림을 그리고 손주들을 돌보다가 돌아가신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정원은 1~2차 세계대전과 대량생산의 그늘에 대한 은거이자 수정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평화로운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정원이 가득한 미래가 오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에 대한 답을 다시 찾아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