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게임’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과몰입(중독)을 불러오고 사회성을 빼앗는 ‘악(惡)’으로 여긴다. 이 같은 생각은 게임셧다운제, 4대 중독물, 웹보드 게임결제 상한선 등 각종 규제로 이어졌다.
최근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펄어비스, 넥슨 등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업체관계자와 가진 오찬자리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내비쳤기 때문.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게임이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만큼 게임산업이 커졌지만, 각종 규제와 업계 내부 양극화,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이총리가 참석자들의 인력충원 등에 대한 정부지원 요청과 일부 규제 완화 및 합리화에 관한 의견을 듣고 관계부처에 현장 의견을 반영해 연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해지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사실 그동안 게임은 효자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성과를 내왔다. 올해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영화와 음원, 출판 등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2%를 차지한다.
또한 게임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7%의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량(GDP) 경제성장률이 2% 중반대인 것으로 볼 때 엄청난 성장세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한류’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원, 드라마 등 보다 국내 게임 수출이 더 많은 상황임에도 인정받는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었다.
문제는 현 상황이 안타까움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게임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 전체 게임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한국게임에게 판호(허가권)를 20개월째 발급하지 않으면서 중국 진출이 막혔다.
여기에 중국게임사들은 적극적으로 한국을 공략,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게임 경쟁력이 중국에게 이미 추월당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것이 국무총리와의 만남이 요식행위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으로 드러나야 하는 이유다. 한국게임이 계속 성장하려면, 규제가 아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진 것이다.
물론 국내 게임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확률형 아이템’의 개선안과 과몰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게임업계 간의 논의가 대화로만 끝나지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