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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제조사·유통사·통신사…‘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삼각함수

셈법 제각각, 속으로 누가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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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10.26 10:36:20

▲서울시내 한 휴대전화 매장. 최신폰을 사실상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서비스 가입과 핸드폰 판매를 분리하자는 이른바 ‘단말기 완전자급제’(이하 완전자급제) 도입이 국정감사 최대이슈로 부상하면서 이통사와 대리점, 제조사, 소비자들 간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유통사들은 생존권 투쟁에 나설 정도로 제도도입을 반대하고 있고, 제조사들은 애써 태연한 척, 이통사들은 속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CNB가 이들 간의 복잡한 함수관계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편법 원천봉쇄…통신·단말 분리 
삼성·LG전자, 애써 태연한 척
이통 빅3, 마케팅비 대폭 절감
대리점들, 주수입원 날아갈 판

완전자급제 논의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스마트폰 무상(또는 일부 부담) 지원 기준이 대리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대리점들이 기습적인 특판을 통해 한꺼번에 지원금(판매장려금)을 풀면, 최신 스마트폰을 저가에 구입하기위한 ‘대란’이 일어나는가 하면, 반대로 높은 요금제에 가입하고도 구형 스마트폰을 가져가는 ‘호갱(호구 손님)’도 많았다. 판매 직원의 말만 듣다 보니 내가 가입한 요금제가 어떤 것인지, 중도 해지시 위약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약정을 맺는 경우도 허다했다. 심지어 약관의 허점을 이용해 최신폰을 ‘득템’한 뒤 6개월 단위로 통신사를 옮겨 다니는 ‘폰테크족’까지 등장했다. 

이에 2014년 10월 요금제에 따라 단말기 지원금 한도를 규정한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불법 보조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단말기 유통시장에 뿌린 불법 초과지원금이 지난 한해만 약 1조5917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언급돼 온 것이 완전자급제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원하는 스마트폰을 단말기 판매점에서 구입한 뒤, 대리점에 가서 개통(또는 번호이동)하면 된다. 컴퓨터를 가전제품 매장에서 산 뒤, 인터넷은 별도로 가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LG전자·애플 등 단말기 제조사들이 서로 경쟁하게 되어 핸드폰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비롯한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요금인하의 여력이 생긴다. 결국 소비자들의 통신비(단말기·요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도입 취지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수·박홍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이통사 대리점은 통신가입 서비스만 하도록 하고, 핸드폰은 판매점에서만 팔도록 하자는 게 공통된 골자다. 더 나아가 야권 일각에서는 단말기 판매점이 이통사로부터 가입자 모집을 위탁 받지 못하게 하는 더 강력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묶음판매(통신가입+단말기) 금지 대상을 모든 종류의 이동통신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것.

▲시민들이 한 이통사직영점에서 최신 스마트폰 출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포화에 이른 상황이라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통사들은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통3사, ‘4조원 절감’ 표정관리

이에 대한 입장은 엇갈린다. 우선 이통사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가 1년에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은 약8조원에 이른다. 이중 절반 가량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보조금과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다. 이 돈은 소비자가 구입하는 핸드폰의 지원금으로 쓰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기준 17만4299명의 소비자가 단통법 상한액에서 평균 29만3000원을 초과한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지난 8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가 흥행에 성공하자 통신사를 갈아타려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통사 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시중에 불법보조금이 넘쳐났다. 공시지원금과 판매점들의 추가 보조금으로 갤럭시노트9 128GB의 실구매가가 70만원 안팎까지 낮아졌다. 일부에서는 출고가 95만원대인 ‘갤럭시S9’와 109만원대 ‘갤럭시노트8’에 불법보조금이 붙으며 10만~30만원대에도 단말기 구매가 가능했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들은 이같은 막대한 단말기 지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선택약정할인 25%’에 대한 부담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선택약정할인은 약정기간이 경과한 소비자가 핸드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핸드폰 지원금이 사라지면 약정할인제도 또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보조금이 사라지면 할인제도 또한 손질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더라도 약정할인 25%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리점들은 이통사에서 받는 판매수수료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완전자급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상가 풍경. (사진=연합뉴스)


대리점協, 생존권 투쟁 돌입

삼성·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CNB에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든 안되든 마케팅 비용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단말기 가격 또한 크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편치 못하다. 판매점이 활성화 되면 중국산을 비롯한 저가폰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렇게 되면 국산 고가폰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단말기 자급률이 높은 미국, 독일 등은 출고가보다 최대 35% 이상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변 의원은 최근 과기부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면 단말기 가격이 평균 22%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통사 대리점들은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통사에서 받는 판매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상황에서 휴대전화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생존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통신 3사별 대리점협의회의 연합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의회와 이통3사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 등은 지난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반대 탄원서에서 “완전자급제는 중소 유통점을 몰아내고 자회사로 유통망을 확충하기 위한 통신사의 야욕”이라며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전국 2만여 유통점이 말살되고, 종사자 6만여명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갤럭시노트9 출시에 즈음에 ‘갤럭시노트9 X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페셜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거품 사라져” vs “골목상권만 사라져”

반면 소비자들은 완전자급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네티즌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찬성의견(53%)이 반대의견(11%)을 크게 앞질렀다. 시민단체들은 이통3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연간 4조원 규모의 지원금이 사라지면 가입자당 월 5천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완전자급제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심각하게 왜곡된 통신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완전자급제만한 대안이 없다는 데는 통신사·제조사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골목상권인 영세대리점들의 생존 문제는 제도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얼마만큼 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내릴지도 알 수 없다보니 자칫 영세자영업자들만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감에서 “완전자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도 “유통 종사자의 일자리 문제 등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CNB에 “단말기를 매개로한 번호이동 전쟁, 최신폰을 확보하기 위한 대리점간 경쟁, 막대한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 등이 결국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완전자급제가 분명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부작용 또한 크기 때문에 유통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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