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식구들만의 잔치를 벌인 공공기관들이 이번 국감을 통해 대거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당직자·당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가기만 문재인 정권의 가짜 일자리·고용세습 규탄대회’에서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팔이 안으로 굽는다? 공공기관들의 자기 식구 챙기기 행태가 이번 국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퇴직자 뒤봐주기’ ‘고용세습’ ‘포상잔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CNB가 공공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실상을 정리했다. (CNB=이성호 기자)
단 하루만 일해도 급여 전액 지급
한전, 예산 펑펑 ‘무재해 포상잔치’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논란
먼저 단 하루를 출근해도 한 달 치 월급을 챙겨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공공기관들이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퇴직월에 하루를 근무하고 퇴직한 근속년수 2년의 본부장에 대해 867만원을 지급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을 준수했을 경우 지급할 금액은 28만원이지만 839만원을 초과한 것.
기재부 지침에서 인건비는 일할계산 지급이 원칙이지만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15일 이상 근무한 후 면직되는 경우 등에 대해서만 해당 달의 봉급 전액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셈이다.
이처럼 강원랜드가 1일 근무하고도 800만원 이상 지급한 경우는 총 14건의 지침 위반 중 3건이나 차지했다.
퇴직하는 달에 하루만 근무한 퇴직자에게 초과 지급한 사례가 가장 많이 확인된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이었다. 퇴직월 1일 근무 퇴직자 16명에게 3521만원을 더 줬다. 산자부 소관기관 중 적발 사례가 가장 많은 기관은 한전KPS로 120건을 통해 2억원이 넘는 금액을 더 지급했다.
이밖에도 한국가스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석유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정부 지침을 어기면서 직원들의 월급을 챙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공사는 이와 함께 과도한 ‘포상 잔치’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에 의하면 한국전력의 최근 5년간 완전한 ‘무재해’(당일 기준 무재해 1825일 이상을 기록해 5년 내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를 기록 중인 사업장은 전체 260개중 222개에 달하고 있으나 이중 136개 사업장의 경우 협력업체 근로자의 재해가 발생했고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전 각 지사는 외주노동자의 재해를 제외시킨 채 ‘무재해’ 기록을 산정하고 달성배수에 도달한 지사들에 최근 5년간 총 4억2782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해 왔다는 것.
조배숙 의원은 “한전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희생은 덮어둔 채 ‘무재해 포상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부 소관 주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퇴직자 퇴직월 보수집행지침 위반 현황(2012년부터 현재). (자료=위성곤 의원실)
LH, 퇴직자에 일감몰아주기
이뿐 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일부 공공기관도 눈총을 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형적인 ‘퇴직자 뒤봐주기’ 모습을 보였다.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사 출신 허위 경력기술자 132명이 총 158건의 공사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했다.
수주한 공사 158건 중 LH가 발주한 공사 용역이 75건으로 전체 절반 수준이었고, 계약금액은 1400억원으로 나타났다.
허위 경력기술자 132명 중 82%인 108명이 LH의 고위직 퇴직자(본부장 3명, 1급 46명, 2급 59명)출신인데, 고위직은 업무에 관여한 정도가 적더라도 100% 본인의 경력으로 인정받아 하위직보다 많은 용역 건수와 실적을 본인 경력으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즉 허위경력증명서를 활용해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에서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점수를 받게 돼 용역을 수주할 수 있었다는 것. LH를 퇴직한 허위 경력자들이 LH가 발주하는 공사를 맡아 설계를 하고, 감리를 봤기 때문에 감싸주기 관행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재호 의원은 “LH가 허위 경력기술자의 자격 취소 권한이 없다는 명분으로 가만히 두고 있다”며 “조치가 늦어지고 있는 동안 이들이 수주한 불안한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시정을 촉구했다.

▲산업은행의 최근 5년간 행우회 자회사(두레비즈) 1천 만원 이상 수의계약 현황(단위 : 건, 백만원). (자료=김성원 의원실)
산은 직원들, ‘투잡’ 뛰나
한국도로공사 또한 ‘제식구 봐주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영일 의원(민주평화당)에 따르면 김학송 전 사장의 조카 채용비리와 관련해 지난 8월 구속된 A간부에 대해 옥중 급여를 2개월 동안 전액 지급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아 질타를 받아야 했다.
아울러 금융 공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산업은행 행우회(회원: 재직 임직원 2317명)는 2005년 6월 설립한 자회사 두레비즈를 통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위반한 수익사업을 하고 배당수입을 가져가고 있으며 여기에 산은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산은과 행우회 출자회사인 두레비즈 간 1000만원 이상 수의계약 현황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268건의 사업에 522억450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고 수의계약 형식으로만 연평균 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두레비즈에 주고 있다는 것이다.
IBK기업은행 행우회(회원: 임원, 정규직, 준정규직 등 1만1745명) 역시 ‘KDR한국기업서비스’를 설립·운영 중인데 최근 5년간 기은과 333억60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행우회가 본연의 목적을 넘어 과도한 특혜 및 수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3당은 지난 22일 국회 의안과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野, 국정조사 요구
한편, 이번 국감에서 최대 이슈중의 하나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논란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서 지난 3월 1일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108명(8.4%)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으로 밝혀지면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수석부대표는 “서울교통공사 청년일자리 탈취 채용비리 사태가 한전KPS, 인천공항공사, 국토정보공사, 대전도시공사 등 공기업 전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국감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사법당국은 국가기강 확립 차원에서라도 이번 고용세습 사태를 엄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겨냥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감사원으로 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CNB에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등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지난 23일자로 담당부서에서 서울시장 명의로 감사원에 감사를 공식 청구했다”고 전해 향후 추이가 예의주시 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