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의 어록에 나오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절대적 구호는, 공산 중국에서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시킬 수 있는 명령어가 될 수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지시에 불복한다면 그건 반동분자의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호를 성적 사랑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성불구자인 군부대 사단장의 아내가, 취사-청소 담당으로 온 젊은 병사에게 사용한다면?
혁명의 구호를 성애의 구호로 탈바꿈시킨 이 한마디는 중국 작가 옌롄커의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제목이자, 중국 공산화 혁명의 역사에서 인간의 욕망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를 되묻는 질문이 됐다. 그래서 이 소설은 2005년 발표되자마자 금서가 됐고, 이에 반발해 해외 도처의 중국인 동포들이 이 책을 열심히 읽어줌으로써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려놓았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혁명의 서사와 욕망의 동경을 대비시킴으로써 중국 인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과 왜곡된 인간 존재를 짚는 이 소설이, 영문판을 참조한 새 번역으로 다듬어져 재출판됐다.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320쪽 /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