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폭염특보 발표 지역 현황. (사진=웨더아이)
엄청난 더위다. 기온이 40℃를 육박하고 있다. 6~7개월 전, 한국이 모스크바보다 춥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 등 도시이름과 아프리카를 합성한 단어가 유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2355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폐사 가축은 314만 마리를 넘어섰다. 기록적인 폭염은 재앙이 되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가정용 전기 누진제 폐지·수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누진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주목받고 있고, 야당을 중심으로 누진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거나 폭염기간에 가정용 누진제를 면제하는 법안을 내놓겠다며 동조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지난 1974년 12월 처음 실시됐다. 당시 고유가 시대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은 제외된 채 주택용에만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계속됐다.
정부는 지난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했다. 과거 6단계에 비해 요금 단가 차이를 11.7배에서 3배로 줄였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폐지·수정 요구가 빗발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중한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진제를 더욱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주택용 전기 수요조절에 차질을 빗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전기를 과소비하는 풍토가 퍼질까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을 100으로 뒀을 때, 가정용 전기사용량이 13.6%에 불과한 상황이다. 주택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면서 ‘전기 수요 관리’ 측면을 얘기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현재 자연재난에 ‘폭염’을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의지를 밝혔다. 더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니 만큼, 이 기조와 발맞출 수 있는 전기요금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정말 전력 과소비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폭염이 예상되는 7, 8월이나 아니면 폭염 경보가 내려진 기간 동안만이라도 누진제를 면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피해가 큰 만큼, 이들을 위한 ‘에너지바우처’를 동절기(11월~5월) 뿐만 아니라 하절기에도 적용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누진제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만큼, 국민 스스로가 재난인 폭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