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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본 없는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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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기자 |  2018.06.29 16:03:11


과거 투자는 땅이든 소든 만져지는 것(tangible)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21세기 기업의 가치는 만져지는 종류가 아니라 무형(intangible) 자산을 기초로 한다. 예컨대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가치는 2500억 달러였지만 이 중 공장과 설비는 단 30억 달러로 1%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의 자산회계 관행으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현대판 기적이었다. 이것을 이 책의 저자들은 자본 없는 자본주의라 부른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나 물건의 많음이 아니라 R&D, 디자인, 아이디어, 브랜드 가치, 공급망과 내부 구조, 인적 자본 등 만질 수 없는 것이란 진단이다. 

이런 무형자산은 나름의 특징을 갖는다. 유형자산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돈이든 땅이든 투자한 대상을 언제든 되팔 수 있었다. 그러나 무형자산의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첨단 기업들은 투자한 내용을 제3자에게 ‘언제든’ 팔기가 훨씬 어렵다. 그래서 매몰(sunk) 비용이 발생하기 쉽다. 이런 매몰 비용은 아직 무형자산을 거래하기 위한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산이 유형에서 무형으로 바뀌면서 불평등과 저성장 위험 커져

무형자산 투자의 또 다른 특성은 스필오버(spillover) 또는 확장성(scalability)라고 저자들은 짚는다. 일단 좋은 위치를 선점하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첨단기업은 그냥 제품을 복사해 팔면 된다. 전통적인 제품 산업에선 판매량이 늘어나면 생산비도 덩달아 늘어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냥 복사만 열심히 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 생산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무형자산 투자는 이런 특징을 갖지만, 문제점으로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증가시킨다는 점이 있다. 무형자산의 확장성은 거대한 고수익 기업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지만 쏠림 현상에 따라 기업 간 불평등이 심화하고, 노동자들의 소득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 현재 겪고 있는 현상이다. 인터넷 세상에선 이른바 ‘1등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죽는다’는 법칙이다. 

이런 특징을 갖기에 무형자산 투자의 세상에선 정치가 불평등과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개발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 산업 현실은 이처럼 바뀌어 가는데 한국의 정치는 과연 이런 경제 현상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조너선 해스컬, 스티언 웨스틀레이크 지음, 조미현 번역 / 에코리브르 펴냄 / 384쪽 / 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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