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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마존 혁명 시대에 골목상권 보초만 서는 ‘20세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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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6.18 09:04:40

(CNB=도기천 편집국장) 아마존 혁명, 드론 물류, 인공지능 쇼핑….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꿈같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연회비 99달러를 낸 프라임 고객에게 어디든 2일내 무료배송 해준다. 슈퍼마켓, 약국, 가전제품 매장 등에 설치된 아마존 사물함(Amazon Lockers)에서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 미국은 5가구 중 3가구가 아마존 고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손가락만 까딱하면 몇시간 만에 배송해주는 온라인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론(Drone) 배송’이 보편화될 날도 머지않았다. 아마존은 한 명이 여러 대의 자율주행 드론을 조종하는 기술, 드론이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도록 하는 장치 등 다양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업계 최초로 드론에 낙하산 장치를 달았다. 착륙하기 힘든 환경에서 자동하강이 가능한 단계까지 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다른 물류기업들도 배송용 드론 개발이 한창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드론을 사물인터넷에 연결해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다양한 가전 기기들을 모바일로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장을 드론을 이용한 물류 분야까지 확대하자는 플랜이다.

온라인몰에서는 로봇이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는 ‘인공지능(AI) 쇼핑’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고객이 PC와 모바일을 통해 ‘텐트 구매’라고 입력하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평소 고객의 구매취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3인용 자동 텐트’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처럼 유통시장에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이 한창이다.  

▲요기요의 드론 음식배달 테스트. (사진=알지피코리아)


하지만 정치권의 생각은 여전히 20세기에 머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면 소상공인이 살아날 것이란 흑백 논리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대표적인 예가 대기업 계열 쇼핑몰의 의무휴업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이 사안은 올해 초 여당이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유통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아마존 혁명 시대에 유통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발상도 뜬금없지만, 적용 기준마저 모호해 혼란을 더하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연면적 3000㎡이상)는 대형마트·전문점·백화점·쇼핑센터·복합쇼핑몰 등 5가지로 나뉜다. 이 중 대형마트 외에도 복합쇼핑몰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문제는 대규모 점포 종류의 정확한 구분이 불분명 하다는 점이다. 이를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기업이 신청한 대로 업태 등록을 해줬다.  

가령, 대표적인 도심 쇼핑몰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복합쇼핑몰이 아닌 ‘쇼핑센터’로 등록돼 있다. 롯데몰과 스타필드(신세계)는 ‘복합쇼핑몰’이다. 개정안대로라면 롯데월드타워는 의무휴업 대상이 아니고, 롯데몰과 스타필드는 월2회 쉬어야 한다. 

그렇다고 복합쇼핑몰 내의 모든 시설이 문을 닫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롯데몰 김포공항점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쇼핑몰 등이 입점해있는 복합몰 형태다. 개정안대로라면 같은 건물 안에서 롯데마트와 쇼핑몰은 의무휴업일 날 문을 닫아야 하고 백화점과 시네마는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사진=연합뉴스)


‘14억 중국인이 남북철도 타고 오는 상상’을 막는 유통규제

이런 모습이 외국인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한 건물 안에서 반쪽 영업을 하는 희한한 풍경을 이해할 수 있을까? 모바일로 원하는 물건을 즉석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에 쇼핑몰이 문을 닫는다고 굳이 전통시장을 찾을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시행이 시행된다면 대신 골목상권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이 되지 않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가 지난해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시장의 소비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빅데이터를 보면 대형마트 이용 고객은 마트를 이용하면서 주변 소상공인 점포도 동시에 이용하는 소비패턴을 보였다. CNB가 수차례 단독 보도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롯데복합몰 허가 지연 사태와 관련한 독자들의 반응도 건립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일본은 1970년대에 지금의 우리처럼 대기업의 출점을 규제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대규모소매점포법’을 제정했다가 2000년 폐지한 바 있다. 

이런 유의미한 사례와 통계들을 볼 때 대형몰 규제가 재래상권에 도움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명역에서 개성까지만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개성부터는 중국으로 곧장 연결된다. 총구간이 460여Km에 불과해 고속철이 놓이면 중국에서 한국까지 3시간 거리다. 14억 중국인을 상대로 한 유통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남북철도 노선도=광명시 제공)


따라서 지금이라도 규제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역상권과 대기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우리도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홍콩 야시장처럼 주변의 쇼핑센터와 재래시장을 한데 묶어 관광벨트화 하는 등 과감한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기업들도 재래시장에 금전적 보상을 해주고 상생협약을 받으려는 식의 사고를 버려야한다. ‘재래상권이 살아야 쇼핑몰도 잘된다’는 빅데이터가 나온 만큼, 윈윈하는 길을 찾길 바란다. 

가령, 전통시장의 숙원인 주차난 해소에 대기업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쇼핑몰에 무상주차가 가능하게 하는 식이다. 소비자는 안전하게 주차해 놓고 시장과 대형마트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각종 규제를 풀어 먹거리장터, 야시장, 동네축제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에 전통시장을 우선적으로 포함시켜 보안등 설치, 감시 카메라, 점포간판 교체, 도시가스 안전 강화 등 환경개선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의 일부를 해당지역의 대기업 쇼핑몰이 일부 부담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월마트의 경영혁신이 다른 경쟁업체들에 자극이 되어 업계 전체의 생산성 증가가 이뤄졌다는 의미의 ‘월마트 효과(Wal-Mart Effect)’는 미국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머리를 맞대고 유통혁신을 이룰 때 ‘한국판 아마존 혁명’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14억 중국인이 유라시아 고속철(한반도 남북철도)을 타고 3시간 만에 서울로 밀려드는 상상을 해본다. 이들이 한국의 전통시장에 감탄하고 스타필드와 롯데몰에 흥분한다. 지금같은 규제일변 정책은 모두의 이런 꿈을 망가뜨릴 뿐이다.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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