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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롯데·신세계·이케아…복합쇼핑몰 논란의 ‘불편한 진실’

‘20세기 법’으로 ‘21세기 트렌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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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6.07 11:14:50

▲신세계의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의 지난달 31일 모습. 복합몰이 문화와 쇼핑을 결합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는 과거 기준에 매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국회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만 적용하던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적용 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대규모 점포라도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곳은 규제대상이 되고, 전문점·쇼핑센터 등으로 허가받은 곳은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핑공간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디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걸까. (CNB=도기천 기자)

정부·여당 법 개정안 구멍 ‘숭숭’
전문점·쇼핑센터·복합몰 ‘헷갈려’
내맘대로 등록했다 복합몰만 철퇴

“유통빅뱅 시대에 정부가 골목상권 보초만 서고 있다.”(한 유통기업 관계자)

정부·국회 모두 ‘복합쇼핑몰’만 타깃으로 삼으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복합쇼핑몰이란 쇼핑·문화·오락·업무 등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연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몰(롯데쇼핑)과 스타필드(신세계)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올해 초 대표 발의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으로 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운영하거나 일정 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에 대해 현행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는 대형마트·전문점·백화점·쇼핑센터·복합쇼핑몰 등 총 5가지로 나뉜다. 이 중 대형마트 외에도 복합쇼핑몰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이케아 고양점 입구에 이케아와 롯데아울렛의 홍보 전단이 나란히 붙어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문제는 대규모 점포 분류 등록을 사실상 업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점포(매장 면적 3000㎡ 이상) 업태 등록은 기업체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협력계획과 상생계획 등을 낼 때 심사 받는다. 이때 정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대부분 기업이 신청한 대로 등록이 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전 등 일부 광역시의 경우, 대규모 점포 중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곳이 한 곳도 없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고 규제 대상이 없다는 얘기다. 

동일한 기업의 대규모 점포인데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가령 롯데아울렛 고양점은 쇼핑센터로 등록돼 규제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인근의 롯데몰 김포공항점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쇼핑몰 등이 입점해있는 복합몰 형태다. 개정안대로라면 같은 건물 안에서 롯데마트와 쇼핑몰은 의무휴업일 날 문을 닫아야 하고 백화점과 시네마는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과거 겪었던 혼란을 다시 부를 소지가 있다.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 ‘쇼핑센터’로 등록된 쇼핑몰에 입점한 대형마트는 규제에서 제외 됐다가 논란이 일자 2014년 서울시가 추가로 조례를 제정해 의무휴업대상에 포함한 적이 있다. 

▲가구점인 이케아는 가구 외에도 다양한 생활용품을 팔고 있으며 푸드코트와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이케아 고양점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쇼핑몰·쇼핑센터 뭐가 달라?”

소비자들이 복합쇼핑몰과 쇼핑센터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심 쇼핑몰로 알려진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복합쇼핑몰이 아닌 ‘쇼핑센터’로 등록돼 있다. 삼성동 코엑스몰과 용산 아이파크몰도 쇼핑센터 형태다. 현대백화점그룹과 롯데의 아울렛들도 전부 쇼핑센터로 분류돼 있다. 

쇼핑센터 기준은 복합쇼핑몰과 규모는 같지만 문화·관광 기능이 한 단계 낮고 꼭 1개의 업체가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인지하기는 힘들다. 

이케아 등 외국계 유통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게 된 점도 혼란스런 부분이다. 

이케아의 경우 고양점과 광명점 등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스몰란드(어린이 놀이공간), 패밀리 레스토랑, 스웨덴 푸드마켓, 카페 등을 갖추고 있으며, 가구 외에도 수십 종류의 인형과 완구, 욕실용품·밀폐용기·텀블러·식기류·후라이팬·타올·조명기기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유사 복합쇼핑몰’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등록돼 개정안이 통과돼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물론 기업들이 미리 규제에 대비해 업태 등록 등을 유리하게 해둔 것은 아니다. 복합쇼핑몰을 규제하겠다는 얘기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 본격화 됐지만, 현존하는 전문점·쇼핑센터들은 이보다 훨씬 전에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규제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향후에는 지금보다 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케아 고양점과 인근의 신세계 스타필드를 예로 들자. 복합쇼핑몰만 의뮤휴업을 적용하는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이케아 고양점(가구점) 및 같은 건물에 입주한 롯데아울렛(쇼핑센터)은 연중무휴 영업이 가능하다. 

반면 여기서 불과 3㎞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스타필드 고양은 복합쇼핑몰이라 의뮤휴업을 해야 한다.

두 곳 다 강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더구나 스타필드 내에는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의 매장이 입주해 있어 글로벌 가구기업인 이케아와의 형평성이 문제 될 수도 있다.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해 있는 한샘의 한 관계자는 CNB에 “같은 가구업체인데도 우리는 의무휴업일에 문을 닫고 이케아는 문을 열게 된다”며 “유통규제가 일관성이 있어야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도 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케아 고양점(사진 위)과 스타필드 고양점의 전경. 복합쇼핑몰을 의무휴업 규제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스타필드는 월2회 휴업해야 하지만 가구점으로 등록된 이케아는 지금처럼 정상영업 한다. (사진=도기천 기자)


‘아마존 혁명’ 시대에 골목상권 논쟁 

한편으론 의무휴업 규제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시행이 시행된다면 대신 골목상권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3명 미만에 불과했다. 7명 이상은 나중에 복합쇼핑몰을 재방문하거나 온라인몰·백화점 등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가 지난해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을 월2회 쉬도록 하는 의무휴업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시장의 소비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이용 고객은 마트를 이용하면서 주변 소상공인 점포도 동시에 이용하는 소비패턴을 보였는데, 의무휴일이 이런 동시소비 기회를 가로막는 한 요인이 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지금 미국은 5가구 중 3가구는 아마존의 프라임 고객이다. 글로벌 시장은 온·오프라인 경쟁 구도로 급속히 탈바꿈 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기업 대 골목상권 논리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여당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21세기 트렌드를 20세기 법으로 규제하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회평론가 구병두 교수(서경대)는 CNB에 “시장 흐름에 맞지 않는 제도를 기계적으로 도입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더러 재래상권, 유통기업 할 것 없이 전부 침체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면 소상공인이 살아날 것이란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지역과 대기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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