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보람상조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 방송사가 보람상조의 재무구조가 부실하다고 보도하면서 업계 전반에 불똥이 튀고 있다. 보람상조 뿐 아니라 500만명에 이르는 상조서비스 가입고객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상조회사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CNB 취재결과, 재무 부실 의혹은 ‘수입’을 ‘부채’로 계상하는 상조업 만의 독특한 회계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CNB=도기천 기자)
자금 유입 될수록 부채 커지는 구조
상조업계 유동성 호전에도 부실 오해
부채 아닌 자금력으로 건전성 따져야
지난달 28일 한 공중파 방송은 보람상조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고 보도했다. 한 회계사의 말을 인용해 부실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상조업 만의 특이한 회계방식에서 비롯된 오해로 보인다. 상조업계는 회계 특성상 소비자가 매월 납부하는 부금(상조회비)이 ‘매출’이 아닌 ‘부채’로 계상된다. 가령 자본금 30억원인 회사에 30억원 이상의 부금이 입금됐다면 부채비율이 100%를 넘게 된다. 따라서 재무제표상 나타나는 자본잠식 현상은 상조업체가 운영되는 한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상조 가입자수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자본잠식률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정위가 작년말 발표한 ‘2017 하반기 선불식할부거래업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상조업체 가입 회원 수는 전년대비 19만명 증가한 502만명으로 조사됐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회원 수와 선수금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부금이 부채로 잡히면서 재무제표상으로는 대부분 상조업체들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은 보람상조다. 보람상조는 최근 몇 년 새 가입자수가 크게 늘면서 부채가 많은 대표적 상조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CNB에 “상조사업은 특수한 회계처리방식으로 인해 부채(부금)이 커질수록 유동성 흐름이 좋아지게 되는 구조”라며 “따라서 재정건전성 정도를 부채비율로 따져보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일시에 고객이 상환청구를 했을 경우에 대비해 충분한 현금·부동산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보람상조의 상환금 지급 여력은 어느 정도 일까?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지급여력비율 등 4개 회계지표 상위 업체’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계열사인 보람상조유니온과 보람상조라이프의 지급여력비율이 96%로 업체 전체 평균인 89%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결합상품을 일절 판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한 재무구조의 왜곡이 전혀 없어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며 “모든 가입자의 해약이 동시에 발생하더라도 차질이 없을 만큼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정위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상조업체의 부실 평가는 단순히 부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고객 선수금의 유입과 지급여력, 매출(장례행사), 영업 기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람측 “주택사업 관여 사실무근”
사실이 이러함에도 보람상조가 부실회사로 지목된 것은 이 회사의 부동산 투자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방송의 주된 내용은 최근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온 김해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아파트 건립 문제에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과 계열사인 보람홀딩스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방송은 조합원 및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말을 빌어 이엘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의 비리로 아파트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상황을 언급했다. 특히 공사 현장 등에 최 회장이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 최 회장이 목회자로 있는 교회의 집사가 업무대행사 대표인 점 등을 근거로 이 사업에 최 회장과 보람홀딩스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방송은 단순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일 뿐, 최 회장과 보람홀딩스가 실제 지역주택사업에 관여해 이득을 취했는지를 실질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보람그룹(보람상조) 측은 보도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에서 주로 언급된 업무대행사 대표 ‘김 집사’와 최철홍 회장과는 교회 성도와 목사의 관계에 불과하고, 보람홀딩스 대표가 해당 사업에 재무적 투자를 했을 뿐 사업 추진이나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투자금에 대한 정산은 이미 지난해 6월에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보람홀딩스가 단순 투자한 것일 뿐 사업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얘기다.
최 회장의 ‘목사 안수 과정’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방송에서 교단 관계자는 “최 회장이 6개월 만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보람그룹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최 회장은 총회신학 편입과정에서 기 졸업했던 학력(학·석사) 및 교회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신대원 과정을 졸업했고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며 “이후에도 신학을 더 공부하고자 2년 과정의 아시아신학연맹 과정에 다시 입학해 모든 과정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직접 입장문을 내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목사가 되기 이전부터 교회에 헌금을 통해 선교활동 등을 많이 지원했는데, 오히려 이익을 챙긴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진다”며 “하나님을 섬기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사례비나 일체의 경비를 받은 적도 없으며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사명을 갖고 목회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의 발단이 된 김해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아파트 건립 현장. (해당 방송 캡쳐)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해당 방송은 보람상조가 마치 지역주택사업을 주도한 것처럼 보도했고, 이 과정에서 재정 상태가 악화된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는 상조회비를 부채로 잡는 회계방식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방송의 발단이 됐던 지역주택사업 또한 지난 15일 업무대행사·비상대책위원회 간 상생대책을 마련키로 합의하고 늦어도 8월에는 공사를 착수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한편 상조업계는 이번 방송으로 인해 상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진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CNB에 “업계 상위 기업(보람상조)의 재정상태가 부실하다는 식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상조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며 “현재 상조업계의 진짜 문제는 영세·부실업체의 먹튀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나 법망을 벗어나 운영되고 있는 후불제 의전업체의 확산인데, 언론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이슈 효과가 큰 대형 상조업체만을 타깃으로 한 부정적 보도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