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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 ‘뜨거운 감자’

금융공투본 출범…핫이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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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8.05.05 09:35:27

▲지난 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융공투본 출범식 및 출범 기념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모았다. 금융공투본은 금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사진=이성호 기자)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한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추진키로 한 ‘노동이사제’ 도입이 지지부진 하자 노동계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노동권익을 위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찬성론과 이사회가 특정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CNB가 ‘동전의 양면’ 같은 이 제도의 도입 향배를 들여다봤다. (CNB=이성호 기자)  

文정부 공약 내걸었지만 ‘지지부진’ 
“민간금융 자율훼손” vs “노동권익”
금융노조 중심으로 ‘실력 행사’ 돌입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기업 이사회에 근로자대표들이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근로자대표들이 함께 하는 제도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국한돼 있어, 모든 공공기관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해 7월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점차 민간영역까지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취지에 발맞춰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통해 국정과제에 따라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조직의 성과에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금융위원회에 권고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NH농협은행 등 민간금융회사에게는 명칭을 ‘근로자추천이사제도’로 바꿔, 이해관계자간 심도 있는 논의 후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추천한 바 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시중은행 등은 정부 개입이 강한 공공적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이사제 도입은 법이 개정됨을 전제로 한다. 현재 국회에는 ‘상법 일부개정안’(2016년 7월, 김종인 의원 대표발의)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17년 7월, 박광온 의원 대표발의) 등이 각각 제출돼 있다.

먼저 상법 개정안은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추천된 후보자 1인은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명시했다. 대주주의 독단경영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 및 감시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또 공운법 개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 중에 근로자대표 및 시민단체가 각각 추천한 사람이 1인 이상씩 포함되도록 함이 골자다.

하지만 이 개정안들은 각각 상임위 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로 법안 논의에 진척 없이 표류 중이다.

▲지난 2일 금융공투본 출범식에서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금융공투본 “노동자 목소리 대변해야”

이처럼 입법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금융 근로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동이사제 의무화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주주총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KB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에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했었지만 결론적으로 주총에서 부결돼 무산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금융권을 대표하는 양대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2일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민주화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한 금융공투본)’를 출범시켜 향후 움직임이 주시되고 있다.

금융공투본은 결의문에서 ‘금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적극 추진하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공약실현에 총력 투쟁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

현 실태는 경영진에게 유리한 사외이사가 구성돼 이사회를 통제, 금융기관장의 권한이 강해짐에 따라 각종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 내부 견제를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 및 금융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2일 국회도서관에서 소회위실에서 열린 금융공투본 출범 기념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금융기관의 경영자들이 셀프연임, 채용비리와 같은 사익을 취하는 거악으로 자라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진들의 갖은 비리와 불법 논란 그리고 공공성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특성을 감안할 때 노동이사제는 가장 먼저 금융산업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노조 등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는 측은 낙하산 인사 및 이들에 의한 전횡, 불합리하거나 불투명한 의사결정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이사가 의사결정에 참여함에 따라 노동자들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할 수 있고, 경영의 파트너로서 대우를 받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노사협력이나 신뢰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 노동자들이 근로자의 경영참가가 필요하다며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 금융업계가 들썩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관치금융? 부작용 우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등에 따르면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는 해당 기업 등의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특정한 이해관계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이사회의 구성원에 참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상존한다.

또 근로자대표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특정한 이익을 내세움에 따라 시기적절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을 수 있어 오히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재정적자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김종인 의원 안의 경우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의 추천이 있을 경우 이들 중 1인 이상을 반드시 선임토록 하고 있는데 이는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이 돼 회사의 업무집행의 결정에 참여하는 주식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이고 주총에서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선임된다는 점에서 볼 때 상충된다.

아울러 박광온 의원 안도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대표나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반드시 비상임이사로 포함시킬 경우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 등의 문제로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123개에 달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를 근로자대표 및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있고, 과연 어떤 시민단체(비영리민간단체)가 추천권을 가질 것인지도 명확해야 한다.

시중 금융권 한 관계자는 CNB에 “KB노조 측에서 두 차례 시도한 노동자추천이사제는 결국 무위로 돌아갔지만 묻히지 않고 시류 상 전반적인 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각 주총에서 안건으로 올라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통과 여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민간은행의 경우 외국 투자자의 지분이 70%가 넘는 현실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 “주총 통과가 어렵다고 (법 등으로) 강제화 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며 “금융공공기관은 가능하겠지만 민간금융사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 관치 금융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외국계 자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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