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대학교에서 학생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하는 이 때…”
혹시 이 말이 기억나는가? 지난 2003년부터 약 1년간 MBC에서 방영된 ‘논스톱 4’에 나오는 대사다. 당시 고시생 역할을 맡았던 배우는 자신이 등장할 때마다 이 말을 했고 당시에는 웃음을 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10년이 넘은 지금 청년실업은 100만명을 돌파했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상태, 재난 수준의 청년실업’이란 말로 현 상황이 묘사된다.
현실은 더 나빠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44%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으며 채용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곳이 12%에 달했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기업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인다. 현재 빈 일자리가 2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의 시선을 중소기업 취업으로 돌릴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마련했다.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를 보수 때문으로 보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만34세 이하)은 3년간 최대 1035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추경(추가경정예산) 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상당하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 복지, 조직문화, 위계질서 등 직장을 선택하는데 중요해진 가치가 다양해졌음에도 청년취업 문제를 급여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요즘 ‘핫’한 워라밸이나 회사 복지의 경우, 보통 대기업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이나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게임사들은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은 장기휴가나 다양한 출산·육아 관련 휴가를 제공한다.
중소기업에서 유연근무제·장기휴가 등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일반적인 휴일에 쉬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실제 작년 10일을 쉴 수 있었던 추석황금연휴에도 10일을 다 쉬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중소기업 근무자들이 상당수였다.
이런 문제들이 여전한 상황에서 보수만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주는 것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다른 변화 없이 자금지원 대책만으로 청년실업률이 줄고 중소기업 취업률이 늘어난다고 하더라고 지원이 끝나는 3년 후부터는 중소기업을 퇴사하는 사람이 증가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가 ‘보수·급여’라는 시각에서 자금을 투입하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물론, 회사들이 직장인들의 근무환경이나 휴가 등을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가시적 성과를 위한 대책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