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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南北해빙에 들뜬 기업들, ‘제2경협시대’ 오나

남쪽기업의 ‘북한 경제건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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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4.05 10:48:51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 (사진=연합뉴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과거 화려했던 남북경협시대를 기억하는 기업인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오는 27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내달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북한의 핵폐기가 가시권에 들어올 경우, 남북 경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을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제2경협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NB가 가슴 졸이고 있는 재계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한반도 ‘평화의 봄’ 성큼…재계 기대감↑
대북사업 원조 현대아산 등 주가 ‘쑥쑥’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잠 못 이루는 밤’ 

금융투자업계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목표로 하는 남북·북미 대화 국면이 본격화되면 우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기존 대북사업이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과거 남북이 약속했던 경제특구 확대, 철도·가스관·도로망 건설 등 경협(經協)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예측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근거가 되고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근 파격적인 외교행보를 두고 ‘선군정치’에서 ‘경제건설’로 노선을 바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핵 보유가 북한 경제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면 핵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북경협단체 상근자로 일했던 이모(47)씨는 CNB에 “최근 (김 위원장의)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전격적인 회동,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제안 등은 전부 경제개발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며 “체제 보장과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전제된다면 핵폐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릉 관동하키센터 앞에서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는 남북 경제교류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서서히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대한상공회의소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경우 국제상업회의소(ICC)를 통한 북한기업과의 간접 접촉은 물론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의 직접 대화도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체 정책자문단 산하 남북경협분과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폐지했던 남북경협위원회를 부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기업인들을 초청해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콘퍼런스를 개최했는데, 대한상의가 남북관계와 관련한 행사를 연 것은 약 3년 만이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남북교류에 적극적이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북한 제품의 원산지 증명, 기후협약에 따른 배출권 남북 거래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동력을 상실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기구로 부상한 상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ICC를 매개로 북한 조선상의와 직·간접 접촉을 했으나 남북 관계 경색으로 현재는 교류가 없다.

▲현대그룹은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그룹, 과거 영광 되찾나

대북교류의 원조격인 범(凡)현대가도 설레는 봄을 맞고 있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대한상의 부회장이기도 한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등 남북경협 재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은 과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개발 등을 도맡은 ‘경협의 상징’이었다. 2000년 8월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 등을 통해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 북한 7대 SOC사업 개발 독점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으며, 개성공단 또한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2016년 폐쇄됐다. 

이로 인해 현대그룹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현대증권, 현대상선 등 주요계열사들이 채권단 손에 넘어가 매각됐으며, 그룹의 자산규모가 중견기업 수준으로 줄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은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재도약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개성공단 2단계 개발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현대아산의 기업가치가 최소 1조5000억원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현대건설도 고무된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대북 경수로 건설과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을 지은 경험을 갖고 있다. 건설사 중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진출했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경제기반시설 건립에 한 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해 최근 한달 간 주가가 13% 가량 상승했다. 

개성공단과 직결된 패션·봉제업계도 들뜬 분위기다. 과거 개성공단은 노동집약적인 패션·봉제업계에게는 최적의 생산지였다. 남측의 첨단장비와 북측의 우수한 노동력이 어우러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신원, 좋은사람들, 인디에프 등이 당시 대표적인 수혜기업들이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124개사 중 패션봉제업체는 73개사로 59%에 이른다. 이들은 개성공단이 재개될 경우 정부가 사업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천 양묘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묘목. 유한킴벌리는 남북교류가 재개되면 이 나무들이 북한에 보낼 계획이다. (사진=유한킴벌리)

‘북한 돕기’ 나선 기업들 

사회공헌 차원에서 남북 해빙을 고대하는 기업들도 있다.  

유한킴벌리는 1999년부터 북한에 나무를 심어오다 2009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그동안 약 1300만 그루의 묘목이 북한에 전달됐다. 

이 회사가 나무심기에 나선 이유는 한반도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1910년 한반도의 70%를 차지하던 숲이 2015년 52%로 줄었다. 이는 난방시설이 부족한 북한 주민들이 땔감 용도로 산림을 훼손했기 때문. 숲이 사라지면서 야생동식물들도 멸종 위기에 처했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에 북부지방산림청, 비정부기구인 생명의 숲과 협력해 1.1ha(1만1000㎡) 규모의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를 준공했는데, 북한의 숲 복원에 이 시설이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북녘 땅에 최초의 남쪽은행을 열었던 우리은행도 최근의 해빙 무드가 반갑다.  

우리은행은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 20평 남짓한 점포를 열었다.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이었다. 시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북한에 상업 은행이 진출했다는 점에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개성공단지점은 주로 환전과 송금, 예금 등의 업무들을 봐왔다. 취급하는 화폐는 개성공단 내 공용화폐인 달러화였다. 개성지점에는 지점장과 부지점장, 과장 등 한국인 직원 3명과 북측 직원 4명이 함께 근무했었다. 

하지만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철수했다. 이후 서울의 우리은행 본점 1층에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을 열어 명맥을 이었다. 당시 남북의 직원들은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채 헤어졌다. 이들은 개성공단지점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직후인 2016년 2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개설된 ‘개성지점 임시영업점’. (사진=이성호 기자)


“트럼프·김정은 예측불가” 신중론도 

이처럼 여러 기업들이 들떠 있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국제정세 상 한반도 평화가 남과 북의 노력으로만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예측하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돌발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간 핵폐기 협상이 중간에 번번이 결렬된 과거 사례들도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남북 간 대화분위기에 편승해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주요 대기업들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잘 진행되다가도 번번이 좌절됐던 과거의 (남북교류) 경험이 학습효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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