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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軍적폐청산위, ‘박준기 중사 사건’ 국민권익위에 재조사 권고

권익위 2일 논의 착수…24년전 진실 밝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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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4.02 11:08:50

▲CNB가 단독입수한 국방부의 민원회신 공문. 국방부는 지난 1월 22일 국민권익위에 ‘박준기 중사 사건’의 재조사를 의뢰했다.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군복무 중에 의문의 사고를 당한 박준기(48)씨 사건에 대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재조사를 권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사건은 과거 국민권익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군이 재조사를 거부해 큰 논란을 낳은 군대 내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박씨는 1994년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권익위, 軍이 덮은 ‘박 중사 사건’ 재조사 추진
‘두 다리 절단’ 숱한 의혹…24년 간 진실공방
문재인 정부 ‘군 적폐청산’ 진행과정서 재조명

CNB가 단독입수한 국방부 민원회신 공문에 따르면,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 1월 국방부에 “박동길씨(박준기의 부친)가 제출한 민원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의뢰하라”는 요지의 권고결정을 내렸다. 이에 국방부는 1월 22일 국민권익위에 사건의 재조사를 의뢰(권고)했다. 권익위는 오는 3일 소위원회를 열어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흔히 ‘박준기 중사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98년 비무장지대 경비초소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김훈 중위 사건, 1984년 의문의 죽음을 당한 허원근 일병 사건,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된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 등과 함께 상당한 파장을 불러온 군(軍) 미제사건이다. 

지난 2007년 국민권익위의 재조사 권고, 국회 국방위원회의 진상규명 촉구 등으로 일정 부분 재조사가 진행됐지만 뚜렷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작년 8월 “수사결과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씨와 박씨의 형 박준호(53)씨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생업을 접고 1인시위, 서명운동, 국민청원 등을 이어가며 진상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군 복무 시절의 박준기 중사(왼쪽)와 현재 모습. 그의 두 다리는 의족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제공=박준기씨)


박씨 사건은 1994년 12월 17일 발생했다. 당시 24세인 박준기 중사는 이날 교통사고를 내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헌병대 조사 과정에서 계단으로 추락해 다리를 크게 다쳐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하게 된다. 군 당국은 박 중사 스스로 병원 창문을 통해 10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했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박씨는 “당시 헌병 수사관에게 폭행당해 큰 부상을 입었는데, 군이 이를 은폐하려고 자살 시도로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당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2007년 이 사건을 재조사한 결과, 군의 수사에 여러 허점이 발견됐다. 특히 권익위는 박씨가 투신했다는 반개방형 창문으로는 사람이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익위는 당시 김장수 국방부장관에게 박씨에 대해 ‘공무 중 부상’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재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 김희명씨. (사진제공=박준호씨(박준기의 형))


하지만 군은 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8년 군 검찰과 2010년 육군 법무실은 각각 “초동 수사에 문제가 없었으며, 헌병 수사관의 폭행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박씨 형제는 이에 맞서 정부, 언론 등에 진실 규명을 호소했다. 그 결과, 국회 국방위원회 진성준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2015년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재수사를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2월 사건 당시 박씨가 입원했던 한림대 춘천 성심병원에서 현장 재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진상규명의 핵심인 창문의 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군 헌병대 초기 조사서에는 창문의 개방 폭이 21cm로 기록돼 있으나, 당시 한림대 시설 담당자는 “병실 환자의 추락에 대비해 창문 폭을 14cm 이내로 설정해 뒀다“고 진술했다.   

군은 헌병대 기록에 의거해 21cm 폭으로 재조사를 강행했고, 박 중사의 대역을 맡은 재현 병사는 이 창문을 쉽게 통과했다. 군 검찰은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 박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994년 군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한 박준기(48) 씨가 작년 6월 3일 국민인수위원회 ‘국민마이크’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박준호씨(박준기의 형))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씨는 지난해 6월 ‘광화문1번가’ 특별 프로그램 ‘국민마이크’를 통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국민인수위에 사연을 접수했다. 작년 9월 출범한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국방부를 통해 국민권익위에 재조사를 의뢰했다. 

국민권익위는 이미 2007년에 이 사건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당시 여러 의문점을 발견해 국방부에 진상규명을 요구(권고)한 만큼 오는 3일 열리는 소위원회에서 재조사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군 검찰이 여러 차례 박씨 주장을 기각한 상태라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군이 아닌 권익위에 공을 넘긴 것도 그만큼 고심이 컸기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1일 CNB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재조사 여부를 놓고 위원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어떤 결정이 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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