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이 작년 수준이거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서 학생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 실업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해결과제로 부상했지만 대형건설사들의 올 상반기 공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지난해보다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가 신규채용에 몸을 사리는 이유는 뭘까. (CNB=손강훈 기자)
文정부 ‘청년일자리’ 강조해도
어려워진 주택시장 환경 이유로
가뭄에 콩나듯 채용하는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상반기 신입 공채를 진행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5곳이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하반기에 공채가 예정돼 있고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은 구체적인 채용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올 한해 이들의 신규채용 인원이 작년 수준이거나 더 줄어들 것이라는데 있다.
2014년만 해도 상·하반기로 나눠 세 자릿수 이상의 신입사원을 뽑았던 대형사들은 2016년부터 인원을 줄이기 시작했고 그 분위기는 작년까지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채용인원을 공개하지 않은 삼성물산과 공채를 진행하지 않은 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8곳의 신규 채용자는 421명에 불과했다. 이중 가장 많은 신입사원을 고용한 곳은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로 각각 70여명 수준이었다.
현재 상반기 채용인원이 공개된 곳은 SK건설과 GS건설이다. SK건설은 50명 공채를 진행하지만 이는 인턴채용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GS건설은 10여명 선발에 그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자리 문제를 강조해왔고 지난해 5월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취업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최근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최대 연 1000만원 정도의 혜택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청년취업'과 '부동산 안정화'는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이다. (왼쪽부터)지난 15일 열린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20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신규채용? 기존 인력 넘쳐
대형사들이 신규채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그만큼 올해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요 먹거리 중 하나인 주택사업의 침체로 인해 섣불리 신입사원을 뽑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은 서울 강남 지역의 재건축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증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부과’, ‘재건축 연한 강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기준 금리인상’, ‘청약 및 입주물량 증가’ 등 악재가 넘치는 상황이다 보니 주택시장의 전망이 밝지 못하다.
더구나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 “대출규제 완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고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부채를 늘리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부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현재 건설사들은 미분양·입주를 막기 위한 다양한 홍보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과도한 비용 발생으로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시장상황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하나의 수입원인 ‘해외사업’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채용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2년간 저유가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설비나 발전소 등을 짓는 해외플랜트 수주가 급감하면서 이와 관련된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업계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대림산업은 이달부터 플랜트 사업본부 직원 1500여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현대건설의 경우 전력사업부문 인력을 해외 플랜트 사업부와 통합하고 현대엔지니어링과 인력 교류를 통해 잉여인력 해소에 힘쓰고 있다.
SK건설과 GS건설 등도 채용 동결, 인력 순환 배치 등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년새 플랜트 부문 직원을 20% 가량 감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공사 수주가 늘고 있고, 국제유가가 1배럴 당 60달러를 회복하며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중동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기존 인력이 충분한 상황이라 신규사원 충원은 힘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 대형사 관계자는 CNB에 “2010년 720억달러에 육박했던 해외수주는 작년 290억달러로 반토막이 났다”며 “호황 때 많은 인원을 채용했지만 지금은 그 직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회사별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