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자기보다 규모가 큰 대우건설을 품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에 단독 입찰로 참여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 인수전에 참가했다가 기업 이름만 알리고 발을 뺀 적이 잦아 이번에는 끝까지 갈지가 관심사다. 과연 호반건설은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대우건설을 가질 수 있을까. (CNB=손강훈 기자)
과거 인수전들 이름만 알리고 퇴장
이번에는 ‘세밀한 인수계획’ 믿음줘
효과·시너지 두고는 긍정·부정 팽팽
지난 19일 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우건설 지분 50.75%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호반건설만이 입찰제안서를 냈다. 산업은행은 단독입찰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라, 호반이 제시한 가격이 대우건설 매각 하한가격을 웃돌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호반건설은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중견건설사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7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6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금호산업에 매각됐다. 2010년 금호산업이 다시 산업은행으로 지분을 넘겼고 현재 산은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갖고 있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3위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플랜트, 토목, 원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호반은 주택사업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대우건설 인수는 건설 전 업종을 다룰 수 있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만약 합병이 된다면 양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은 10조7533억원으로 2위 현대건설을 바짝 뒤쫓게 된다. 2017년 기준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평가액 기준)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SK건설 순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측의 규모차이와 사업구조, 부정적 시장상황으로 인해 시너지가 날 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선 겹치는 사업분야가 문제다. 대우건설은 최근 해외사업 부진으로 국내 주택·건축사업의 비중을 54%까지 늘렸는데, 이는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는 호반과 겹친다.
더구나 2016년 기준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10조9857억원으로, 호반건설의 매출액(1조2000억원) 보다 10배나 많다. 자기보다 규모가 큰 회사를 순조롭게 운용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 분양 시장의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도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대우건설의 품었다가 4년 만에 다시 판 금호산업의 예를 들며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대우건설이 차별화된 강점 분야를 갖고 있지 않고 덩치만 크기 때문에 양사가 합병했을 경우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호반은 합병 시너지를 노리기보다는 대형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M&A를 강조한 올해 신년사가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해석되고 있다. (사진=호반건설)
완주 의심 “왜”
그동안 호반건설이 각종 인수전에서 보인 갈지자 행보 때문에 대우건설 인수전을 완주할 것인가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기업 인수전에 참가 의지를 밝혔다가 슬그머니 포기했던 적이 잦았기 때문이다.
호반은 2015년부터 금호산업, 울트라건설, 동부건설, 보바스병원, SK증권, 제주퍼시픽랜드, 한국종합기술, 블루버드CC, 리솜리조트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인수에 성공한 울트라건설과 제주퍼시픽랜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리솜리조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예비입찰만 거친 후 발을 뺐다.
특히 금호산업 인수전의 경우 이번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단독입찰 했음에도 당시 시장가보다 낮은 응찰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했고, 이에 인수합병 이슈를 기업 이름알리기에 활용하는 ‘홍보성 입찰’을 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호반이 제시한 낮은 가격으로 인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싸게 사들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재계에서는 호반이 금호를 도와주기 위해 ‘위장 입찰’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호반이 제시한 인수방안 등을 봤을 때 실질적인 인수 의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가로 1조6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매각하기로 한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3년 뒤 인수하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당장 필요한 금액을 1조3000억원 안팎으로 낮췄다.
금융기관의 차입 증서 없이 계열법인의 자금 증빙만으로 1조50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한 만큼, 이를 산은에서 받아들일 경우 인수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적극적인 신규 사업 발굴과 M&A를 포함한 호반의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 하겠다”고 밝힌 점도 인수 의지가 강하다고 예상되는 근거다.
증권시장도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크게 봤다. 대우건설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건설 주가는 산업은행의 매각 과정 돌입과 주가상승, 매각 불확실성에 따른 주가하락을 반복해왔으나 이번 입찰로 호반의 인수 가능성이 커져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과 시너지를 통해 규모가 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