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시세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개월째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0.1%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73.0%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보통 전세가율이 낮아진다는 건 세입자 입장에서 더 저렴하게 전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곳곳에서 전세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말 전세에 살기 쉬워졌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아니다. 현재 상황은 진짜 전세가격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 아파트 판매가격이 오르면서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이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전세가율을 살펴보면 강북 74.3%와 강남 66.4%를 기록했다. 재건축·재개발 영향으로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강남이 강북과 비교해 거의 1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특히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55.9%, 56.4%로 강남 전체 평균보다도 10%포인트 가량 낮았다.
문제는 이 같은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정책이 “확실한 곳에 투자하자”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오히려 ‘강남불패’ 신화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고,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주거복지로드맵’의 경우도 서울을 제외한 경기도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제공 계획으로 서울 집값의 가치를 더욱 올려 버렸다.
착시효과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전세시장 안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주택 구매는 어떨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사야하는데 지난해 11월 국내 기준금리가 1.5%로 오른 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연 5%에 육박하고 있어 부담이 커졌다. 이달 말 적용되는 신 DTI(총부채상환비율)로 대출 자체도 어려워진다.
전세에 대한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끼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자는 계획은 더욱 힘들어졌다.
결국 핵심은 ‘집값 안정’이다. 가격이 안정돼야 전세가율 착시효과가 줄어들고, 실제 집이 없는 사람들이 과도한 대출을 끼지 않고 집을 사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단순히 수요·공급 조절에 그치지 않고 임대소득이나 투기성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철저히 거두거나 재건축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