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빅3가 새해 수주목표를 작년보다 상향하면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CNB포토뱅크)
조선 3사가 새해 수주목표를 작년보다 높게 잡았다. 한동안 최악의 수주가뭄으로 먹거리 마련에 애를 먹었던 업계에서 일감 확보를 긍정적으로 예상하자, 조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목표를 상향한 이유를 CNB가 살펴봤다. (CNB=손강훈 기자)
고비 넘긴 조선업, 수주 회복세
수주해도 생산착수까지는 1~2년
당장 작업량 없어 올해 보릿고개
최근 2~3년간 최악의 수주난을 겪었던 조선업계가 새해부터 먹거리 확보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의 맏형격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132억달러로 정했다. 이는 작년 수주목표액 75억달러보다 76% 증가한 것이다. 수주가뭄을 겪기 전인 2015년 124억달러보다도 약 10억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수주목표를 77억달러로 잡았다. 지난해 목표 65억달러보다 18% 정도 많은 금액으로 어려움을 겪기 전인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목표액을 작년보다 많은 50억달러 이상으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작년 초와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업계의 화두가 ‘생존’이었던 만큼, 비장함이 곳곳에 묻어났었다.
지난해 1월 열린 조선해양인 신년행사에서 이들은 “조선해양산업이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치열한 경쟁, 세계 경기 침체, 유가하락 속에서 유례없는 수주절벽에 직면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심정으로 필사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사 모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계획안 이행을 위해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 더구나 일감부족이 본격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또한 국제유가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 진행되는 등 글로벌경기도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2020년 환경규제는 LNG선 등 친환경 기술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LPG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계가 올해 수주목표를 상향한 이유는 뭘까.
우선 ‘자신감 회복’을 꼽을 수 있다. 뼈를 깎는 노력에 힘입어 재무 구조 정상화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3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자구계획안을 지난해 10월 이미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작년 9월말 기준으로 각각 65%, 42%의 이행률을 기록했는데 현재 더 올랐을 것이 분명하다.
수주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였다. 수주절벽에 시달린 2016년 조선 3사가 수주한 금액은 70억7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액은 199억달러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100억달러를 수주, 목표액이었던 75억달러보다 33% 증가한 성과를 냈고, 삼성중공업은 69억달러로 목표액 65억달러를 넘어섰다. 대우조선해양은 30억달러로 목표치 45억달러에 못 미쳤지만 회계법인이 제시한 20억달러는 돌파했다.
국제 경기도 우리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유가의 경우,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감산협의 연장 등으로 올해 60달러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석유시추’가 다시 돈이 되는 사업이 될 것이란 의미다. 바다 및 석유를 끌어올리기 위한 해양플랜트나 드립십 등의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20년 시행되는 선박 배출가스 관련 국제 규제 강화(환경규제)로 인해 청정원료를 사용하는 LNG 추진선박의 상용화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국내 조선사에게는 호재가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며 “그동안 바닥을 친 만큼 앞으로 점차 나아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호전되자, 증권가에서도 국내 조선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조선업황 회복이 확실시되며 수주 역시 매출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이 독점력을 갖고 있는 LNG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수주증가가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올해 상반기 현실화되는 일감부족에 따른 우려가 크다. 작년 7월 가동을 중단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골리앗크레인. (사진=연합뉴스)
‘일감절벽’ 보릿고개 넘길까
다만 당장 일감이 없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수주가 회복된다 해도 이것이 현장에서 조업으로 연결되려면 1~2년이 걸리는 만큼, 올해에도 일감 부족과 자금난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는 2016년 최악의 수주절벽이 현실화되는 시기다. 작업량 감소로 건조물량이 크게 위축돼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최근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액(별도기준)을 전년(10조364억원)보다 20% 감소한 7조9866억원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조선업의 신규수주는 증가세를 보이겠지만 절대적인 수준은 과거 대비 부족하고 건조단가도 올해보다 소폭 증가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회복세는 미약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