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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0년 공공임대 개선 한다더니…‘LH 딜레마’ 빠진 문재인 정부

‘서민주거안정’ 보다 공기업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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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12.18 09:04:39

(CNB=도기천 편집국장) CNB가 지난 13일 보도한 정부의 공공임대 정책에 관한 기사([뉴스텔링] 정부·국회·LH공사 ‘엇박자’…누더기 된 ‘10년공공임대 개선’)의 반향이 뜨겁다. 본지는 정부가 ‘공기업 경영정상화’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보니, 정책 일관성이 결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년 공공임대 후 분양전환’ 제도가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에 비해 분양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새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올렸다. 하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공사)의 반대와 국토교통부의 의지 부족으로 최근의 주거복지로드맵에서는 사실상 언급되지 않았다. 

10년 공공임대 세입자들은 분양가 개선이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만큼 큰 기대를 걸었지만, 국토부가 공개한 80페이지 분량의 ‘주거복지로드맵’ 자료집에는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시 임차인과의 협의절차 의무화 ▲분양전환을 받지 못한 임차인의 임대기간 연장 등 단 두 줄이 전부였다. 

이런 내용의 기사가 나간 뒤 SNS와 이메일, 전화, 기사댓글 등을 통해 수백 건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이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거나 입주를 앞둔 이들로, 가려운 곳을 잘 지적해줬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도 있었다. 수년간 주변 아파트보다 싼 임대료로 혜택을 받았는데, 분양전환 가격까지 내려달라는 건 집단이기주의, 떼법(규정을 무시한 생떼)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우리가 기사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점은 분양가격을 내려주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문제의 본질은 다른데 있다.  

우선 대통령 공약사항이 왜 이행되지 않았느냐를 따질 필요가 있다. 취재과정에서 여러 민원인과 정부 실무자, LH공사 관계자들을 접한 결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는 보다 본질적인 원인이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토부 주거복지로드맵에 후분양제 도입을 촉구하는 텐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발에 제가 걸린 文정부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의 핵심은 공공주택 공급 확대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옛 뉴스테이) 20만호, 공공임대 65만호, 공공분양 15만호 등 총100만호를 향후 5년간 공급할 계획인데, 이중 절반 가량은 LH공사가, 나머지는 기존주택의 매입임대, 민간사업자 위탁 등을 통해 진행된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여유분이 42조원 정도 되므로 매년 5조원 정도씩 투입될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LH는 부채 비율이 342%(133조)에 이르는 적자 공기업인데, 2022년까지 부채비율을 250% 아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 하에 재무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주택공급의 대부분을 LH공사에게 떠넘기고 있다. 

LH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사업이라 달가울 리가 없다. 주택건설비는 주택도시기금 등을 통해 어떻게든 조달한다 하더라도, 택지 조성과 공공 인프라 구축, 관리비용 등은 LH에 전가돼 운용 손실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LH는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가격 개선’이 대통령 공약임에도 대놓고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고, 공기업 경영정상화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정부는 결국 LH의 손을 들어둔 것이다. 한마디로 ‘공기업 정상화’와 ‘주거 안정’이라는 상반된 명제를 동시에 추진하다보니 정부 스스로 ‘제발에 제가 걸린 격’이 됐다.  

비슷한 예로 정부가 기존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를 폐지하고 도입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역시 8년 의무임대기간 이후 분양전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향후 사업자와 임차인 간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부영, 금호건설, 호반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는데, 분양전환 기준을 정해버리면 민간사업자들로서는 그만큼 매력이 절감된다. 그래서 국토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처럼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한 탓에 분양전환 때마다 사업자와 세입자 간에 큰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내년부터 분양전환 되는 경기도 판교 지역의 10년 공공임대 세입자들 수만명은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서민 주거 안정’은 결국 ‘LH공사 안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100만호’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사업을 추진하길 바란다. 재원의 핵심인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예금 등으로 대부분 조성된다. 이 기금이 쌓이는 곡선과 맞춰가며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5년공공임대와 10년공공임대, 신혼희망타운,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각기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을 정비하고 일관된 분양전환 기준을 정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집을 짓는 것보다 형평을 맞추고 주거안정을 이루는 일이 더 우선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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