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수주 과열 경쟁에 입찰제한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수주전(戰)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은 지난 11일 열린 서울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조합원 투표 행사장에서 열띤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주 과잉경쟁에 제동 건 당국
입찰제한 등 강력한 제재 예고
건설사 “홍보 숨통 틔워줘야”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전(戰) 과열화되고 있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와 한신4지구,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에서 시공사 수주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해당 조합원들에게 거액의 이주비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대납, 고가의 선물과 식사접대, 금품제공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과도한 경쟁은 막대한 홍보비용 지출을 야기해 결국은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고 공사에 차질을 끼치는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의 핵심은 ‘처벌강화’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금품제공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데, 앞으로 입찰참가 제한이나 시공사 선정 취소 등도 가능하게 해 위법행위를 한 건설사에게 좀 더 실질적인 ‘징벌적 피해’를 입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각종 불법행위의 온상이라 할 수 있는 ‘개별홍보’를 막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기존 국토부 고시인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기준’에서 건설사의 개별홍보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불이익 조항이 없어 실효성 논란을 낳은 만큼, 적발될 경우 시공사 자격 박탈과 입찰 제한 등 강한 제재 수단을 도입할 계획이다.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이사비’도 손을 본다.
앞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수주전에서 ‘이사비 7000만원 지급’과 관련해 과잉지원 논란이 발생했고, 국토부가 시정명령을 내려 제동을 걸었다. 조합이 이사비 무상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며 일단락됐지만 이와 관련된 문제제기는 지속됐다.
이에 이삿짐센터 비용 등 이주에 들어가는 제반 경비를 충족하는 실비 수준으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건설사들은 '제살깎아먹기' 수주전 방지에는 환영을 뜻을 나타내면서도 공식 홍보활동의 창구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회원사들은 지난 17일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갖고 질적인 경쟁을 도모할 것을 약속했다. (사진=한국주택협회)
‘투명경쟁 vs 뒷작업’ 고민
이 같은 방침에 건설사들은 일단 환영을 뜻을 나타내고 있다. 재건축 수주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상황인데다가, 과잉경쟁으로 늘어나는 홍보비용은 결국 건설사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등 한국주택협회 회원사들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이사비·이주비 등 양적인 경쟁을 중단하고 주택품질 향상 등 질적인 경쟁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건설사 중 가장 먼저 공정경쟁 의지를 드러낸 GS건설의 경우, 지난달 ‘도시정비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GS건설의 선언’을 통해 수주에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위법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불법으로 규정된 개별접촉 말고는 마땅한 홍보수단이 없는 점은 건설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재건축은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미 교통·상권 등 주변이 개발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GS건설의 신반포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아파트 재건축)는 평균 168 대 1, 삼성물산의 래미안강남포래스트(강남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는 평균 40 대 1의 분양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익확보를 위해 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은 사실상 ‘합동설명회’뿐이다.
건설사들은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의 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세한 정보 제공과 조합원들을 이해·설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합동설명회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그동안 개별홍보에 힘 쓸 수밖에 없었다.
건설사들은 개별 활동을 금지시킨다면 공개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 제도나 자리마련, 시간확보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공정경쟁에 대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수주에서 조합원 개별 접촉 말고는 홍보할 수단이 없는 문제점이 있다”며 “제재가 도입된다면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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