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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파리바게뜨·한전산업개발·삼성·현대차…일자리 안정의 역설

정규직 전환 정책 곳곳에서 불협화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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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강훈기자 |  2017.09.27 11:47:48

▲정부가 도급·파견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을 추친하고 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안정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내걸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고용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도급, 파견, 용역업체, 본사 등이 얽히고설킨 경우, 각자 해석과 입장이 달라 노동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CNB가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갈등 유형들을 정리해봤다. (CNB=손강훈 기자)

도급·파견·용역·본사 얽히고설켜 
한쪽 살리면 한쪽이 파산 위기
노노 갈등 커져…속도조절 필요  

현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그동안 정부 입김이 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 방침을 시행해오다가 최근 도급·파견 시스템을 활용하는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그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도급’과 ‘파견’은 비정규직 문제가 나올 때 마다 언급되면서 의미가 혼용되고 있지만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본사(원청·도급인)에서 일감을 받아 일을 하는 건 비슷하지만 ‘도급’은 노동자가 본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반면 ‘파견’은 본사의 지위·명령을 따른다. 이 차이는 ‘직접고용의무’에 영향을 주는데 쉽게 말하면 고용기간이 2년이 초과했을 때 파견직 만이 본사의 정규직이 될 수 있다.

도급노동자도 정규직이 될 기회는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법에 따라 이들이 불법파견 됐다는 것이 확인되면 본사는 즉시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정규직화를 민간 기업에 확대하기 위해 이 조항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파견의 기준을 ‘도급직원의 실제 고용자가 누구냐’로 강화해 도급·파견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직접고용을 유도·강제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에게 제빵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 (사진=연합뉴스)


불법파견 놓고 노사정 엇박자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논란’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파리바게뜨에게 5378명의 파견 제빵 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지금까지 밀린 110억원의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만약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파리바게뜨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되어 500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고용부의 판단은 제빵사들이 파리바게뜨 가맹점과 도급계약을 맺은 관계임에도 사실상 파견 업무를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하도급회사가 제빵사들을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파리바게뜨 측이 사실상 제빵사들을 직접 관리해 온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는 앞으로 예정돼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서비스 기사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심과 현대·기아차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재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5일 가맹점과 제빵사와의 문제를 본사에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경총은 “획일적 노동법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산업현장 실정에 맞춰 합리적으로 다양한 도급·파견 형태를 인정하고 확대해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되레 도급·파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노동계는 고용부의 불법파견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경총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는 경총의 발표 다음날인 26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맹점 뒤에 숨지 말라”며 “불법파견 고용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본사가)직접 교섭을 나서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런 방침에 환영을 나타내면서 재계가 주장하는 도급·파견 규제를 완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지회 조합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본사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정규직 vs 계약직, 노노갈등으로 번져
 

이런 갈등 사례는 사기업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가 먼저 시작됐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의 경우도, 공기업 본사와 하청업체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던 인천공항공사는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해지가 진통을 겪으면서 ‘연내 비정규직 제로’ 목표가 불투명해졌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대부분이 파견·용역업체에 소속돼 있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해당 업체와의 계약해지가 불가피하다. 

인천공항공사는 협력업체에게 계약을 해지할 경우 예상 이윤의 30%를 보상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계약기간이 길게는 2년10개월 이상 남은 협력사들은 생존권 위기에 처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한국전력의 협력사인 한전산업개발도 이런 류의 갈등에 봉착해 있다. 이 회사는 한술 더 떠 용역업체 내 직원들 간의 대립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전산업개발은 한국전력과 발전 5개사(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로부터 사업을 수주 받고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 포함되는 현장 계약직(한전산업개발 소속 비정규직)과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는 관리직원(한전산업개발 정규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이 한전으로부터 수주를 받는 용역업체이기에 한전산업개발 정규직(관리직)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직원의 경우, 공기업으로 정규직 전환이 그동안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근로조건이 달라진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만, 관리직원의 경우 직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본사직원 및 관리직으로 구성된 한전산업개발 간접인력노동조합은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파견·용역업체 정규직 직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현장직원들은 “그만 놔주고 각자 갈길 가자” 등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이달 중 발표가 예고됐던 852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추석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안정 정책은 노동계·재계·용역업체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 테이블에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창구 마련을 통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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