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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전쟁과 평화’ 갈림길에 선 한국증시 앞날

文대통령 운전대론, 약발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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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8.16 13:22:17

▲문재인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대한민국이 결정한다”고 천명하면서 북미 간 무력충돌을 우려했던 한국 증시가 안도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 북한의 괌 포위공격 예고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증시가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 흐름이 여전하지만 매도 주문이 주로 IT·전자업종에 국한된 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미사일 공격 유보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8.15기념사에서 강조한 ‘운전대론’(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 등의 영향으로 북미 간 군사충돌 가능성은 점차 희석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흐름이 견조한 만큼, 조만간 우리 증시가 이번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전쟁위기 내성 생겨…강도가 문제
北이벤트 학습효과? 을지훈련 고비
증권가 “투자심리 위축이 더 문제”

강경일변도로 치닫던 미국의 대북 기류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번 주 들어 증권시장이 반등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14.51(0.63%)포인트 상승마감한데 이어 16일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하락세가 뚜렷했다. 한 주간(7일~11일) 코스피지수는 무려 75.74포인트, 3.16%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올해 들어 최대 하락폭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만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지난 1일 317조5240억원에서 11일 289조5140억원으로 열흘 새 28조원(8.8%)이나 증발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조9850억원(6.3%) 줄었고 우선주인 삼성전자우도 2조6800억원(7.5%) 감소했다. 현대차와 포스코는 각각 7710억원(2.4%), 1조4820억원(5.1%)이 사라졌으며, 삼성생명과 SK텔레콤의 시가총액도 각각 1조9천억원(7.5%), 1조원(4.5%) 증발했다. 

하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괌을 포위 공격하겠다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4일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며, 우리나라가 이를 주도하겠다는 ‘운전대론’을 재천명 하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의 주요 증시지표들이 긍정 포지션으로 돌아섰다. 다우 지수는 경제지표 호조와 북미 간 긴장 완화에 힘입어 소폭이지만 3일 연속 반등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가능성 언급과 중국의 북·미 양측에 대한 갈등 중단 요구, 문 대통령의 강력한 평화 메시지 등으로 국지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실례로 1994년 북한의 핵시설 국제사찰 거부 당시 미국은 선제타격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대 입장 표명, 선제타격 이후 중국 행보, 주한 미국인 및 미국 자산 우려, 전면전 가능성 등으로 취소된 바 있다. 한국 정부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선제타격은 미국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전문학자는 16일 CNB에 “트럼프 행정부와 문 대통령이 ‘북한정권의 붕괴가 목적이 아니다’고 한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미국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 체제에 위협이 되기 때문인데, 미국이 북한정권의 존립을 사실상 보장한 만큼 양측이 조만간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여러 번 내비친 만큼 극적으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괌 포위공격 예고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증시가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실적이 탄탄하기 때문에 고강도 위기가 대두되지 않는다면 추가 반등 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사진·그래픽=연합뉴스)


전쟁 난다더니…IT주만 매도 “왜”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에 지정학적 우려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12차례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지만 증시는 소폭하락 하는데 그쳤고, 일주일 안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연초에 2026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는 연이은 북의 도발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달 2400선을 돌파했었으며, 현재 2300대 중반에서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양상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총 8차례 대형 도발이 있었지만 짧게는 3~4일, 길게는 한달 이내에 낙폭을 회복했다. 오는 21~24일 을지훈련에 즈음해 재차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이런 사례들로 볼 때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최근 쏟아내고 있는 매도 물량의 대부분이 고점 논란에 휩싸인 IT관련주라는 점도 시장을 안심시키는 대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주까지 3주간(15거래일) 3조295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중 91.6%인 3조183억원이 IT·전자 업종이었다. 

특히 반도체 분야 선두그룹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많이 팔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월 주당 200만원을 돌파한 뒤 불과 5개월여 만에 250만원선을 넘어서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가 현재 230만원선 안팎에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쟁 위기가 부상하면 IT업종의 주가가 오른다는 일반적인 통설과 배치되는 양상이다. 무인기와 하이브리드, 네트워크 보안솔루션, 항공용 전자기기, 차세대 국방 통신망 시스템, 사이버전 등 현대전은 전자·IT 기술력을 떼놓고 생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미국 IT주의 변동성 확대와 과다하게 오른 증시에 대한 피로감 등이 누적되면서 외국인들이 매도공세에 나선 것이며, 지정학적 리스크와는 크게 영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방산주가 이번 한반도 리스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점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방산주 테마로 언급된 10여개 종목이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눈에 띄는 방향성은 찾기 힘들었다.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한화테크윈 등 대형 방산주들은 북한의 미사일 이벤트 보다 문재인 정부의 방산비리 척결 의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1위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전쟁 위기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와 회계 부실 문제가 떠오르면서 주가가 크게 추락했다. 그만큼 시장이 한반도 위기 보다 기업의 가치평가에 투자의 기준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한반도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주로 IT·전자 업종만 팔고 있다. 자정학적 리스크보다는 오랜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7’의 삼성 부스 앞 모습. (사진=삼성전자)


‘치킨게임→로우키’ 또 벼랑끝 전술?

하지만 북미 간 대치국면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다. 무력충돌 가능성이 현실화 되지는 않더라도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무역충돌, 외국인의 투자 심리 약화 등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오는 21일 시작되는 을지 훈련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 기간에 북한이 로우키(low-key, 저자세)로 나오면 위기설은 가라앉겠지만, 반대로 미사일 도발을 강행할 경우 한동안 증시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북한 리스크가 반드시 무력충돌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령 군사적 옵션 가능성이 사라지더라도 양측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한 투자심리 위축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반기에도 기업실적이 탄탄한 상황인데다, 코스피의 평균적인 주가수익비율(PER·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글로벌 주요국 중 여전히 저평가 돼 있는 만큼, (괌 포위공격 같은) 고강도 위기가 대두되지 않는다면 추가 반등 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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