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구체화되면서 '공정성과 도덕성'이 기업들의 주요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기업인들의 간담회 모습. (왼쪽부터)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재인 대통령,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경제개혁이 본격화되면서, 갑질논란·일감몰아주기로 ‘찍힌’ 기업들은 주가가 하락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전 직원의 정규직화 등으로 ‘착한 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들은 매출증가·주가상승이 이어져 상반된 모습을 모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사람’과 ‘상생’이 진가를 발휘하면서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CNB=손강훈 기자)
문 대통령 경제개혁 본격화
‘도덕·공정성’이 기업 가치로
이미지 손상되면 회복 힘들어
현재 기업들에게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됐다.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구속을 경험하면서 정경유착, 재벌중심 문화, 갑(甲)질 등을 적폐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당해고나 오너 갑질 등의 문제가 발생한 기업은 주가가 하락하고 매출이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예들은 비일비재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언론에 노출된 사례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공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부지기수일 것으로 짐작된다.
철강 제조 전문업체 ‘휴스틸’의 경우, 지난달 30일 부당해고 판결로 복직한 직원들을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게 하고 이들을 다시 내쫓기 위한 문건을 작성했다는 한 방송사의 보도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는 당장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리자 휴스틸의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2일 종가기준 1만5150원)는 해고매뉴얼 보도 전인 지난달 28일 종가(1만5700원)대비 3.5%(550원) 하락했다.
미스터피자(MP그룹)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정우현 전 회장이 지난해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대국민 사과를 한지 9개월 만에 ‘보복 출점’과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받으며 결국 지난달 25일 코스닥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정 전 회장의 자기자본대비 횡령 액수가 32%에 달한다고 알려지면서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폐지까지 이어진다면 그룹의 경영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의 주가와 매출이 하락세다. 사진은 ‘보복 출점’과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최근 사임한 정우현 미스터피자(MP그룹) 회장(왼쪽)과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사임한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사진=연합뉴스)
모바일·SNS발달 ‘오너리스크’ 커져
특히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인 경제개혁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현 정부가 그동안 성장을 빌미로 용인돼 온 ‘기업 중심 경제’를 버리고 ‘사람(노동자) 중심 경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11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에서 5조원 이상으로 크게 넓혔다. 또한 세법 개정을 통해 증여세를 늘리기로 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이익독점을 막겠다는 의지다.
이에 즉각 영향을 받은 곳은 한국타이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포함된 기업 중 하나. 특히 오너일가 지분 100%인 ‘신양관광개발’의 매출액이 전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채워지고 있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된 시행령이 통과된 다음날 한국타이어의 주식 종가는 6만3500원으로 전날보다 2.46%(1600원) 떨어졌으며, 현재 63000원선 언저리에서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타이어의 2분기 실적은 완성차 판매부진, 타이어 원재료인 천연고무 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자마자, 공정위원회로부터 직권조사를 받고 있는 하림그룹의 경우도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 2일 전년 동기 대비 2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이날 주가는 직권조사가 진행되기 직전인 지난달 18일 종가(4900원)보다 낮은 4850원으로 마무리됐다.
▲전 직원 정규직 채용, 10년간 가격 동결, 증여세 완납 등으로 인해 대표적인 착한기업으로 부상한 오뚜기는 매출증가과 주가상승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 호프미팅에서 문 대통령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오른쪽)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착한 기업’으로 부상한 곳들을 ‘문재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오뚜기’.
오뚜기는 전체 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은 36명(1.16%)에 불과하고, 2008년 이후 10년 가까이 라면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오너 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함영준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3500억원대의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부과된 증여세 1700억원을 깨끗이 납부했다.
이들의 경영방식이 현 정부 경제정책의 모범사례로 알려지자, 지난달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간 첫 만남에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초정됐다. 이 영향으로 주가도 껑충 뛰어올랐다.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초대받은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4일 오뚜기의 주가(종가기준 79만9000원)는 전날 대비 7.25%(5만4000원) 급등했고, 간담회가 진행된 27일 당일에는 80만원을 돌파했다.
또 간담회에 등장했던 수제맥주 제조업체 ‘세븐브로이’ 역시 이후 매출이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자본으로 세워진 한국 최초의 구제맥주 기업으로 전체 임직원 34명인 중소기업이지만 전 직원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돼 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터넷 환경과 SNS가 발달하면서 오너리스크(위험)가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지만, 반대로 미담이 확산돼 이미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커졌다”며 “기업들이 ‘도덕성’을 더욱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