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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관세청, 면세점 입찰공고 직전에 고시 개정…사전 기획 의혹

7년만에 규정 바꾸고, 15년만에 신규사업자 모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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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7.18 10:28:54

▲2008년 1월 21일자 고시에는 신규면세점 허가의 요건인 ‘외국인 입국자수’의 산출 근거가 ‘공항·항만 등을 통한 입국자’로 명시돼 있다. 이후 7년 간 이 조항이 유지되다가 2015년 1월 28일에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로 확인하며, 전년도 실적을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직전년도 자료로 확인한다”는 내용으로 수정돼 개정 고시됐다. 며칠 뒤 관세청은 15년 만에 신규면세점 입찰 공고를 냈다. (자료=관세청 고시)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심사 과정을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밝혀진 가운데,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되던 시기에 관세청의 면세점 고시가 개정된 사실을 CNB가 단독 확인했다. 또 외국인관광객이 2004년 이후 매년 증가해왔는데도 신규면세점이 허용되지 않다가 최씨 소유 재단들의 모금이 활발했던 2015~2016년 사이에 7개 대기업의 면세점 진출이 승인됐다. 이는 청와대와 최씨가 면세점 사업권을 이용해 재단 모금을 치밀하게 기획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면세점 모집공고 발표 직전에 규정 바꿔
2014년 통계로 2년연속 신규 허가 내줘
‘최순실 재단’이 기업모금 할때와 맞물려

‘보세판매장(면세점) 운영에 관한 고시’ 제7조 1항에는 전년도 시내면세점 이용자 수 및 매출액 중 외국인의 비율이 50% 이상이고, 광역자치단체별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한 경우 시내면세점을 신규 허가할 수 있게 돼 있다. 외국인 방문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이 매년 발행하는 ‘관광동향연차보고서’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CNB가 관광동향연차보고서 최근 10년치를 분석한 결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던 2015년 외에는 2004년부터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한류 열풍이 시작된 2004년에 전년도(475만명)에 비해 22.4%나 증가한 582만명이 한국을 찾았으며, 2012년에는 처음으로 외국방문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전년 대비 두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한 해는 2009년(13.4%), 2010년(12.5%), 2011년(11.3%), 2012년(13.7%), 2014년(16.6%) 등 다섯 번이나 됐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매년 100만명 이상 꾸준히 외국관광객이 증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의 80%이상이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인천항 등으로 입국해 서울을 경우하고 있다. 따라서 통계대로라면 서울시내 신규면세점은 언제든지 신규 허가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외에는 2004년부터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 그럼에도 2000년 이후 15년간 신규면세점이 허용되지 않다가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이 활발했던 2015~2016년 사이에 두 번이나 신규사업자 모집이 이뤄졌다. (자료=문화체육관광부 관광동향연차보고서)


하지만 정부는 2000년 이후 면세점 신규 공고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2월 15년 만에 4곳(서울3곳, 제주1곳)의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SK네트웍스·한화갤러리아 등 유통대기업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였고, 그해 7월 HDC신라면세점(신라+현대산업개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하나투어(SM면세점)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해 11월에는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롯데면세점 본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등 서울지역 3곳의 후속사업자 선정이 있었다. 신세계DF, 롯데면세점 본점(갱신), 두산이 그 자리를 채웠다. 

관세청은 이듬해에도 신규 사업자를 모집했다. 2016년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그해 12월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중소기업 몫)이 새 사업자로 확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발행하고 있는 관광동향연차보고서. 이 보고서를 근거로 신규면세점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날짜 맞춰보면 ‘진실’ 보여

이처럼 2000년 이후 잠잠했던 면세점 시장은 2015~2016년 큰 변화를 겪었다. 현재 서울에는 11개의 면세점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올해 안에 2곳이 새로 문을 연다. 이중 7곳이 지난 2년 사이에 탄생했다. 

이 시기는 박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이 탄생한 때와 맞물린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K스포츠재단은 2016년 1월 각각 출범했으며 이 때를 전후해 기업들에 대한 강제 출자가 이뤄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24~25일 이틀에 걸쳐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미르, K스포츠재단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기업 총수 17명과 점심을 가졌으며 삼성 이재용, 현대자동차 정몽구, SK 김창근, LG 구본무, 롯데 신동빈 등 총수 7명은 따로 청와대로 불러 재차 지원을 당부했다. 이듬해 초에도 몇몇 총수들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출연금 규모는 774억원에 달한다. 삼성 204억, 현대차 128억, SK 111억, LG 78억, 포스코 49억, 롯데 45억, GS 42억, 한화 25억, KT 18억, LS 16억, CJ 13억, 두산 11억, 한진 10억, 금호아시아나 7억, 대림 6억, 신세계 5억, 아모레퍼시픽 3억, 부영 3억 등이다.

이처럼 최씨 측 재단들의 출범과 강제모금, 면세점 신규허가 시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미르재단 출범 8개월 전에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이 발표됐고 몇 달 뒤 신규사업자가 정해졌다. 이듬해 1월 K스포츠 재단이 출범했고 3개월 뒤 또 면세점 신규 모집이 공표됐다. 

▲관세청이 면세점 허가 심사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자 지난 14일 사임한 천홍욱 관세청장.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입국자’ 산출기준 개정 ‘의문’

더 수상한 점은 신규 면세점 허가에 관한 관세청 고시가 이 즈음에 개정된 점이다.        

CNB가 관세청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의 최근 10여년 간의 개정 내용을 살펴본 결과, 미르재단이 출범한 해인 2015년에 신규특허신청 공고 요건이 크게 달라진 점이 확인됐다. 

2008년 1월21일자 고시에는 신규면세점 허가의 요건인 ‘외국인 입국자수’의 산출 근거가 ▲서울·수도권 :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인천항을 통한 입국자 ▲부산 : 김해국제공항, 부산항을 통한 입국자 ▲제주 : 제주국제공항, 제주항을 통한 입국자 ▲기타지역 : 해당지역의 국제공항만을 통한 입국자로 명시돼 있었다. 

이 규정은 이후 7년 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다가 2015년 1월 27일 돌연 개정됐다. 바뀐 내용은 외국인 입국자수의 산출 기준이다. 

고시 제3장 ‘특허의 공고 및 심사절차’ 조항에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로 확인하며, 전년도 실적을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직전년도 자료로 확인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존의 ‘공항·항만 등을 통한 입국자’ 규정은 삭제됐다. 

▲관세청 서울세관본부.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정부가 2016년도에 신규면세점 공고를 낼 때 개정된 규정이 근거가 됐다는 사실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말 경제수석실에 서울지역 면세점 특허를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발급할 것을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관세청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당시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은 기획재정부에 이를 지시했고, 기재부는 관세청에 VIP의 의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신규 면세점 공고요건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2015년 서울의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메르스 사태로 서울의 외국인관광객이 전년 대비 100만 4710명 감소했기 때문.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해야 신규 허가 요건이 되기 때문에 실상은 허가가 불가능했다. 

이에 관세청은 외국인관광객수 산정 기준인 2015년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2016년 8월에 발표되는 점을 들어 2014년 대비 2015년 외국인관광객 증가분이 아닌 2013년 대비 2014년 외국인관광객 증가분을 근거로 2016년에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전년도 실적을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직전년도 자료로 확인한다”는 개정된 규정을 근거로 삼은 것. 결과적으로 2014년 통계만으로 2015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신규면세점이 허가된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면세점업계가 이번에는 관세청의 심사조작 파문으로 불똥을 맞고 있다. 서울 중구 두타면세점 앞. (사진=연합뉴스)


미르·K재단 밀어주기 시나리오?

앞뒤 퍼즐을 맞춰보면,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범을 염두에 두고 ‘면세점 사업권’을 재단 기금 모금에 활용하기 위해 7년간 유지되어온 고시의 개정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고시가 개정되자마자 15년 만에 신규면세점 모집공고를 낸 점도 석연찮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2015년 1·2차 선정에서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특정 업체는 점수가 높게, 특정 업체는 점수가 낮게 산정되도록 한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특히 롯데그룹은 2차례 모두 관세청이 계량항목 수치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거나 적용해 각각 한화와 두산에 면세점 특허권을 빼앗겼다. 앞서 CNB는 지난해 11월 단독보도(관세청, 외국관광객 사상최고 시기에 롯데·SK 면세점 특허 취소)를 통해 앞뒤가 맞지 않는 관세청 심사과정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관세청이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른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처럼 2015~2016년에 걸쳐 진행된 면세점 선정 과정은 온통 의문투성이다. 관세청의 부당행위가 확인됐지만 배후는 특정되지 않은 가운데, 하나둘씩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된 수상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청탁’이 입증되면 뇌물죄 재판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지만, 청와대가 먼저 ‘면세점 카드’를 치밀하게 기획해서 기업들에게 접근했다면 ‘청탁’보다는 ‘직권남용’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CNB에 “희대의 ‘면세점 파동’은 정권이 자본시장에 개입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정부가 심사 점수를 조작해 시장을 교란했고, 이로 인해 여러 기업들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함께 (검찰 수사로) 기업이미지 실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제는 시장의 순리대로 놔두는 게 생존위기에 처한 면세점업계를 살리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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