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텔링] 이재현님·서경배님…‘딸 같은 비서’가 회장님 이름을 부르다

직급·출퇴근 파괴…기업혁신의 두 얼굴

  •  

cnbnews 손강훈기자 |  2017.06.23 10:43:47

▲기업들이 수평·자율적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여러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딱딱하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일하기 좋은’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호칭·직급파괴, 출퇴근 자율화, 육아제도 정비’ 등 다양한 방안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워낙 변화 속도가 빠르다보니 곳곳에서 잡음도 들린다. CNB가 달라진 기업풍속도를 들여다봤다. (CNB=손강훈 기자)

대기업들 너도나도 기업문화혁신
근무시간단축·직급·호칭파괴 ‘가속’ 
인식전환 안되면 형식파괴 공염불

청년실업 100만 시대.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의 제1목표는 ‘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회사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입사 1년 내 퇴직한 대졸 신입사원은 27.7%에 달했다. 취업포탈사이트 잡코리아가 조사한 3년 내 퇴사율은 62.2%로 취업자 중 절반을 넘어섰다. 

퇴직자들은 ‘이유 없는 야근, 의견을 말할 수 없는 경직된 조직문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 등 개인 삶보다 회사가 우선되는 ‘조직문화’를 퇴사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회사 입장에서도 고충이다. 한명의 신입사원을 뽑고 교육하는 데 들인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고 퇴사자를 메울 인력을 보충하는 기간 동안 발생되는 업무공백도 문제다.   

이에 상당수 대기업들이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과거와 같은 회사 중심 시스템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경직된 조직은 망해” 수평문화 확산

가장 큰 변화는 호칭 파괴다. 부장·과장 등 전통적인 직급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위계와 연공주의(근속연수가 긴 구성원을 우대하는 인사제도)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CJ그룹은 지난 2000년 1월부터 ‘님’ 호칭 제도를 도입하며 기엽 혁신을 주도했다. 이재현 CJ 회장도 공식석상에서는 ‘이재현 님’이라고 불린다. 

SK그룹 역시 빠르게 호칭 파괴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직위를 팀장과 매니저로 단순화했다. 작년부터는 직급체계도 5단계에서 2단계로 줄였다. SK하이닉스는 정기승진을 폐지하고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통한 점수 누적에 따른 승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기존 7단계 직급을 4단계로 줄였다. 개인의 직무역량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커리어레벨(CL) 1~4로 직급을 구별한다. 임직원 간의 호칭을 님, 프로로 바꿨으며 존칭 없이 영어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LG전자의 경우 다음달부터 5단계인 사무직 직급을 3단계로 단순화한다. 사원 직급만 기존과 같고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통합한다. 앞서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도 직급을 간소화했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쿠팡, 카카오, 한국타이어 등도 호칭파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직급에 따른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저성장시대, 정년연장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이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직원들의 재충전을 위해 한 달 유급휴가가 제공되는 ‘안식월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은 한화건설 이정화 차장(앞줄 오른쪽)이 안식월을 이용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모습. (사진=한화건설)


“제발 좀 쉬고 해” 휴무늘리기 전쟁

직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생산력을 높이는 방안도 여러 기업이 선택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화그룹. 한화는 지난해 10월 유연근무제, 안식월, 주2회 정시퇴근 제도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한화의 유연근무제는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과 관련 없이 일일 4시간, 주 40시간의 필수 근무시간을 채우면 된다.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운 회사는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 자기계발·건강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복장도 업무 성격에 맞춰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안식월은 모든 직원이 과장·차장·부장으로 승진할 때마나다 한 달간 유급휴가를 준다. 재충전을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회사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또한 퇴근할 때마다 부서장 및 팀장의 눈치를 보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부서장을 포함한 팀장급 간부들은 일주일에 2회 이상 정시에 퇴근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은행권은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가장 먼저 도입한 신한은행은 스마트근무제를 통해 영업점 직원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각자 조정할 수 있다. 본부 직원의 경우는 휴식시간 1시간을 포함, 하루 9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본점 직원 대상으로 오전 7시30분부터 10시 사이에 30분 간격으로 출근 시간을 정하고 8시간을 근무하는 형태인 시차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KB국민은행는 2교대 근무와 애프터뱅크제(저녁 늦게까지 영업)를 일부 점포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고 KEB하나은행은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에 앉아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남자 직원도 육아휴직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고, 저출산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육아제도를 개선한 기업들도 다수다.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육아휴직을 도입한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남성 직원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남성 직원은 배우자가 출산할 경우, 최소 한 달 이상 의무적으로 휴직해야 하며 이 기간 동안 급여는 그대로 보전된다.

신세계는 출산을 앞둔 여성 직원을 상대로 탄력 근무제를 실시 중이다. 임산부는 2시간 단축 근무를 한다. 임신 여부를 안 시점부터 ‘출산휴직’과 ‘희망육아휴직’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사정에 맞춰 최대 3년을 쉬는 게 가능하다.

CJ그룹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그 전후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최대 한 달간 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시적으로 자녀를 돌봐야할 상황이 생겼을 때를 대비,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도입했다.

SK텔레콤 역시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 휴직 제도’를 신설했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직원은 남녀 상관없이 최장 90일의 무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여성 직원이 많은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는 직원들의 육아 휴직 신청 시 통상임금의 20%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받게 된다. 기존 정부 지원금(40%)과 더하면 최대 12개월까지 60% 수준의 육아 휴직 급여를 지원 받는다.

▲은행권에서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실적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오히려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사진=연합뉴스)

“명함 바꾸는 재미 사라져”

이 같은 기업들의 행보를 두고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결국 회사 고위직의 ‘생각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원들을 실적에 따라 차별 평가하는 태도가 몸에 배인 상태에서 형식만 없앤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 실적이나 승진평가 등에서 부정적 대우를 받을까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여전해 오히려 노조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노조의 요청으로 자율출퇴근제 활용일수가 3일에서 2일로 줄었고, 국민은행 역시 노조의 반대로 완전한 유연근무제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는 직원이 소수인데다가, 그마저 실적압박이 심해 추가근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한 대기업 계열사 직원은 CNB와의 통화에서 “기업혁신제도 도입 후 일정기간 동안에는 별 눈치를 안보고 유연근무·휴가 등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업무특성이나 부서장의 눈치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결국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경영진 및 임원들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와 승진·인사제도의 개선이 동시에 뒷받침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직급 체계 단순화가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직원은 “직급이 줄어들어 3~4년 주기의 승급 기회가 7~8년으로 길어지게 됐다. 직원들 사이에 일할 맛이 안나다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이른바 ‘명함 바꾸는 재미’를 앗아갔다는 것. 

이러다보니 직급을 원래대로 되돌린 기업들도 있다. KT는 2009년 5년간 시행해온 직급 대신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2014년 기존체제로 돌아갔다. 포스코 역시 2011년 매니저 등 영어 호칭을 도입했다가 올해 2월 우리말 호칭으로 다시 되돌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예전엔 신경 쓰지 않았던 호칭·육아휴직·출퇴근·야근 문제가 이런 기업문화 혁신제도를 통해 공론화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업무특성과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 식으로 혁신제도를 도입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CNB=손강훈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