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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정부→카드사→밴사’ 먹이사슬의 실체

밴사는 왜 ‘동네북’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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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강훈기자 |  2017.06.20 16:23:05

▲정부가 구체적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내놓으면서 카드사와 밴사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카드사와 밴(VAN)사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로 발생되는 손해를 밴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줄여 보전하려하자, 이에 밴사가 반발하고 있는 것. 정부가 카드사를 압박하고 카드사는 밴사를 압박하는 ‘먹이사슬’ 형국이다. (CNB=손강훈 기자)

새 정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사, 밴사에 손실분 전가 움직임
물고 물리는 생태계…2라운드 예고

새 정부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카드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영세가맹점 기준 상한을 기존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연 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올리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수수료율은 영세가맹점의 경우 카드매출의 0.8%, 중소가맹점은 1.3%다. 금융위 개정안이 계획대로 8월에 시행되면 기존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적용받았던 매출 2억원~3억원 가맹점은 1.3%에서 0.8%로 수수료가 줄게 된다. 일반가맹점으로 분류됐던 매출 3억원~5억원 가맹점 또한 수수료가 1.94%에서 1.3%로 내려간다. 

이를 통해 전체 가맹점 중 10곳 중 9곳이 영세·중소가맹점 혜택을 받게 되며, 연간 3500억원 가량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그동안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2009년 가맹점 수수료가 평균 3.27%였는데 작년 말 1.86%까지 떨어졌다. 지난 2015년 여야 정치권은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 잇따라 카드 수수료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고 박근혜 정부는 작년부터 이전보다 0.6~0.7%포인트 내려간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카드사는 날벼락이다. 자영업자가 어려운 근본원인인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 경기불황을 해결하지 않은 채 카드사만 압박하고 있다며 반박해 왔지만 결국 새로운 수수료율이 적용된 지 2년도 안돼서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후보가 모두 카드 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새 정부가 출범 후 첫 번째 금융정책으로 발표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번 개정안으로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연간 4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발생된 수익감소에 대비, 밴사 지급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국자영업자총연대가 지난달 23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전표 사라지면 밴사도 사라지나?
 

이렇게 되자 그 불똥은 다시 밴사로 튀었다. 카드업계에서 밴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밴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결제 승인을 중개하고 가맹점을 관리하는 회사다. 고객이 결제를 취소하거나 서명 위조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고객이 서명한 영수증을 수집해 이를 카드사에 제출해 전표 수거료를 받고 결제 통신망과 단말기를 보급·관리한다. 매장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중간유통상’인 셈이다.

밴사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카드사와 맺은 수수료 비율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그 규모는 연간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선 밴사에 부담하고 있는 비용이라도 줄여야 하는 처지다. 

실례로 밴사와 카드사는 분쟁 끝에 ‘무서명 거래 수수료’를 건당 35원으로 합의했고 이중 50%를 카드사가 분담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대형 카드사 두 곳이 당초 합의된 50% 분담안을 깨고 이보다 낮은 분담금을 책정,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현실화 된다면 이런 사례는 더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카드사의 밴사 압박은 과거에도 있었다. 

앞서 지난해 1월 수수료 인하가 확정되자, 카드사들은 밴사에 지급되는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정액제는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밴사에 지급하는데 통상 1건당 12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결제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결제금액이 낮아질수록 카드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영세가맹점(수수료율 0.8%)에서 만원을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는 80원이지만 밴사에 120원을 지급해야 한다. 40원 손해가 나는 것이다.

반면 정률제는 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내기 때문에 소액결제로 발생하는 역마진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2015년 7월 정률제로 전환을 마쳤고 KB국민카드가 뒤를 이었다. 현대카드, 하나카드도 정률제로 바꿨다. BC카드는 정률·정액제를 혼용하고 삼성·롯데카드만 구간별로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한 ‘구간 정액제’로 전환, 기존 체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정률제 전환에도 밴사 지급 수수료 규모는 줄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결제에서는 손해를 막을 수 있지만 결제금액이 커질수록 밴사에 내야하는 돈 역시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남은 건 수수료율 인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또한 5만원 미만 무서명 결제, 삼성페이·LG페이 등 모바일 결제 활성화 등 무서명 결제가 확산되면서 서명 전표를 수거하는 밴사의 기능 자체가 사라져가는 상황도 반영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삼성페이, LG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와 5만원 미만 무서명 결제가 활성화 되면서 서명 전표를 수거하는 밴사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사진=LG전자)


당연히 밴사는 반발하고 있다. 정률제 전환으로 수익이 연 10% 가량 줄 것으로 보고 있는 데 수수료율까지 내린다면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맞선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올해 1분기 카드 결제건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0%로 늘었지만,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같은 기간 4% 줄었다고 밝혔다.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비용이 드는 밴사의 특성 상 정률제 전환으로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밴사가 단순 전표수거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 모집, 정보 중계 단말기 설치, 결제 승인 관련 정보 중계, 가맹점 컨설팅, 정보보호, 보안 등 역할을 하는 만큼 모바일 결제 발달로 효용가치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카드사들이 자꾸 밴사 수수료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카드사 입장에서 우리가 유일한 ‘을’이기 때문”이라며 “조달비용, 대형가맹점·회원 모집 마케팅 비용 등은 줄이지 않고 몇 년째 밴사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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