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과도한 ‘현질’(아이템 현금거래)을 유도하고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임콘텐츠에 대해 엄격한 관리에 들어갔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최근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리니지2: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의 이용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이하 청불)’로 재분류하면서, 엔씨소프트가 오는 21일 출시할 예정인 ‘리니지M’ 또한 ‘청불’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사전예약자가 400만명에 이르는 역대급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게임위의 결정에 게임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리니지M의 운명은 어찌될까. (CNB=황수오 기자)
게임위, 유료아이템 거래에 ‘철퇴’
4백만명 예약…청불 되더라도 강행
최초의 모바일 거래, 사회문제 우려
게임위가 레볼루션에 대한 청불 판정을 내린 이유는 이용자 간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 사행심과 과다소비, 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게임위는 레볼루션 외에도 모바일 게임 13종에 대해 같은 이유로 청불 권고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게임사들은 게임 방식을 수정(아이템 거래 금지)해 ‘12세 이용가’ 등급을 유지하거나, 청불 등급으로 서비스를 이어나갈지를 선택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모바일 게임의 ‘청불’ 판정은 해당 게임에 대한 일종의 ‘사형선고’다. 청불 게임은 ‘아이폰’으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 입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애플스토어는 청불이 되면 아예 앱을 등록해주지 않는다. 청소년·성인 구분 없이 아이폰으로는 청불 게임을 이용하지 못한단 얘기다.
이런 문제는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에도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리니지M’이 개인 간 아이템 거래 기능을 갖춘 게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리니지M’의 경우,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템까지 있다는 점에서 앞서 게임위로부터 청불로 재분류된 게임들 보다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타사의 게임들은 아이템 가격이 수십만원 대를 넘지 않는다.
‘리니지M’이 출시되기도 전에 이런 문제가 언급되는 것은 1998년 출시된 원작 ‘리니지’를 그대로 담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아산경찰서는 리니지로 인한 사이버 사기피해가 많아지자 최근 피해신고 카페를 개설했다. '리니지M'을 출시할 예정인 엔씨소프트는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아산경찰서 리니지 사기 피해자 카페)
당시 원작 리니지는 아이템을 사고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 유저’를 탄생시킬 정도로 폐해가 컸다. 직업 유저들은 일명 ‘작업장’으로 명명된 현실공간에서 밤낮 없이 아이템을 사고팔며 수익을 올렸다. 이 일을 전업으로 삼는 청년층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기까지 했다
더 큰 문제는 가상공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종의 ‘리플리 증후군’ 환자까지 양산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온라인 게임 상에서 벌어진 상대와의 아이템 뺏기 전쟁을 실제 현실로 착각, 오프라인에서 만나 폭력을 휘둘렀다.
또한 게임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옷을 벗는 여성 게이머들, 장시간 게임으로 가정이 파탄된 사례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가출해 5개월 동안 리니지 작업장에서 지낸 일화, 게임상의 아이템이 증발해 자살한 경우, 심지어 게임 상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당시 세간에서는‘현피’(현실세계에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KBS2 ‘추적60분’ 등 공중파 시사고발 프로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수없이 소개됐다. 지금도 각종 커뮤니티에는 리니지로 인한 폭행·사기 등의 일화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이런 사회적 일탈의 원인은 ‘돈’(유료거래) 때문이다. 만약 아이템이 실제 재화가 아닌 가상 재화로 거래된다면 각종 사고가 발생할 리 만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점에서 리니지M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우려를 고려하면 유료아이템 거래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극적인 재미 요소가 사라지게 되는데다, 아이템 거래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도 포기해야 한다.

▲리니지M 사전예약 광고. 400만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청불 판정을 각오하고라도 아이템 거래를 강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소년 고객을 포기하더라도 ‘리니지M’ 출시를 기다리는 수많은 성인 유저의 주머니를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리니지M’은 국내최초로 모바일에서 개인 간 아이템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기존 온라인 게임들은 PC상에서만 개인 간 거래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리니지M’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사전예약자가 400만 여명에 이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과거 PC게임 리니지의 특성을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 재현한다면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어 보인다”며 “하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에 대해 이렇다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NB=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