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고 있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인 2304 포인트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Buy) 코리아’ 시대가 도래했다.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 이에 힘입어 22일 코스피 지수는 2300선을 돌파해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이들이 우리 기업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뭘까. (CNB=손강훈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고 ‘바이 코리아’
실적개선·새정부 출범, 주가 상승 견인
외국인 중심 코스피, 부작용 우려도
외국인의 대대적인 투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잔고는 5445조6850억원으로 이는 국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32.7%에 달한다.
이달에도 외국인의 투자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약 1조2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사재기에 코스피 지수는 훨훨 날고 있다.
코스피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지난해 12월 8일 2000선을 돌파한 이후 불과 5개월여 만에 2300선을 돌파(22일 종가기준 2304)했다. 일평균 주식거래대금 역시 6조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릴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박한 평가를 받았다. 북한 문제, 오너 리스크, 노동시장의 경직성, 불투명한 회계 등을 이유로 비슷한 덩치의 외국기업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고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누리면서 국내 대형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자, 외국인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LG전자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가 상승 요인은 충분하다. 기업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지난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과 북핵문제, 사드보복 등 악재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로 인해 당분간 달러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달러 약세가 지속될 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해지는데, 이들에겐 주가 상승 요인이 충분한 한국 증시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작년 탄핵 정국 때 보여준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을 해소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 경기회복, 북한핵문제, 사드보복 등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 상승 요인이 여전한 점도 외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확정된 후 광화문에서 지지자들과 만난 모습. (사진=연합뉴스)
외부충격에 약한 ‘ATM코리아’ 여전
하지만 바이코리아가 낳은 반대급부도 존재한다. 외국인이 낳은 활황 분위기에 편승해 개미들이 ‘묻지만 투자’에 나서면서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 주당 수십~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대형주에 대한 투자 부담으로 지수만 믿고 다른 곳에 투자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투자하는 금액이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7조4910억원, 증권사가 다른 금융기관과 연계해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연계신용대출은 2조9940억원으로 나타났다. 합치면 10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경제는 ‘ATM코리아’라고 불릴 만큼 대외의존도가 높다. 예상하지 못한 외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 30%를 차지하는 외국인 자본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으로 미국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악재다. 만약 탄핵이 진행되는 등 혼란이 더 커진다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이 될 수밖에 없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모든 종목이 골고루 오르는 전통적인 강세장과는 차이가 있다”며 “지수가 오른다고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