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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죽어도 못버리는 3가지 이유

질기고 질긴 둘의 악연사(史)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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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4.27 09:24:17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KDB산업은행의 끝없는 지원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수년 내에 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국민연금 등 채권단을 설득해 채무재조정을 성사시키는가 하면, 자신이 대주주인 현대상선을 통해 최근 대우조선에 최대 10척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 제작을 발주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지금까지 쏟아 부은 금융지원은 최소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산은이 대우조선에 이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CNB=도기천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안을 국민연금공단이 받아들인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로 한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은 자회사…‘내 자식’ 된 대우조선
밀어주고 쏟아붓고…도 넘은 자식사랑  
정부-산은-대우, 관피아 고리가 ‘원죄’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애착은 여러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산은은 지난 17~18일 열린 사채권자 집회를 사실상 주도했다. 산은은 가장 많은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끈질기게 설득해 법정관리(P플랜) 문턱까지 간 대우조선을 살려냈다. 

산은이 국민연금에 공을 들인 이유는 채권 규모 뿐 아니라 정부산하 기관이라는 상징성과 영향력 때문이다. 

대우조선에 투자한 기관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신협·수협·농협중앙회 등 모두 32곳이다. 전북은행, 교보생명, 현대해상, 하이투자증권, KB자산운용 등 은행·보험·금융사들도 대우조선 회사채를 일부 갖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1조35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940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4천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국민연금을 통해 채권단에게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 1천억원(청산시 회수율 6.6%) 우선 상환을 보장하고,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성공 정도에 따라 회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국민연금은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 

국민연금만 바라보던 나머지 채권은행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대세(?)를 따랐다. 추후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을 따라간 것”이라는 핑계를 대고 책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만큼 깊이 있는 검토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1조55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CP의 50%가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받는 것)될 예정이다. 나머지 50%는 만기가 3년 연장된다. 또 채무재조정안이 법원인가절차를 마치는 즉시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지원된다. 

앞서 정부는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유상증자 및 출자전환 포함)의 금융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대우조선의 과감한 구조조정, 영업이익 증대 등을 내걸었지만 전부 지켜지지 않았다. “더 이상의 추가지원은 절대 없다”는 말도 공염불이 됐다. 그동안 대우조선은 채권단이 지원한 4조2천억원 중 3조원 이상을 소모했다. 현재 남은 자금은 현재 7천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다시 2조9천억원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특히 대우조선은 이번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수년 내에 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삼정KPMG 대우조선해양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이 수혈되더라도 2019~2020년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정은 대우조선이 향후 2년간 흑자기조를 이어가다가 2019년에 영업손실 1513억원, 당기순손실 1362억원을, 2020년에는 영업손실 854억원, 당기순손실 6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정은 신규수주액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2021년부터 다시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산은은 최근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때 이같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2021년 말 기준으로 재무·수익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부분만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 안이 통과된 지난 18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냉정한 산은, 대우조선만 예외

산은은 또 현대상선을 통해 대우조선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사채권자집회를 앞둔 지난 9일 현대상선과 초대형유조선(VLCC)에 대한 건조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의향서에는 5척을 우선 발주하고, 최대 5척을 추가로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10척을 다 짓게 되면 총9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현대상선의 대주주는 산은이다. 현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현대상선은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 손에 넘어간 상태다. 

현대상선의 이번 선박 발주는 지난해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성된 2조6000억원 규모 ‘선박 펀드’의 첫 프로젝트다. 따라서 대우조선 외에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조선업계는 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대우조선의 완승이었다. 이런 점에서 관련업계에서는 ‘산은이 사채권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대우조선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입찰 전부터 정부(산은)가 대우조선을 밀어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며 “과거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감추려고 덤핑 수준으로 물량을 수주하는 바람에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본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이번에 현대상선 물량을 놓치면서 폐쇄 위기에 내몰렸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수년간 수주가 끊긴 상태다보니 이 지역 주민들은 ‘군산조선소 물량배정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결국 허사가 됐다. 

이 같은 산은의 태도는 다른 기업에게 채권을 행사할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산은은 지난해 5월 한진해운과 자율협약을 맺은 후 단 한 푼의 자금도 지원하지 않았다.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3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난 2월 파산했다. 

2014년 동부제철 매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 출연을 거절하자, 산은은 대주주 지분을 100대 1 비율로 무상감자해 경영권을 가져왔다. 당시 동부그룹 측은 산은이 유독 동부제철에만 엄격한 실사기준을 적용했다며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산은의 태도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산은 등 채권단에 제안했다. 하지만 산은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금호타이어는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노조는 물론, 전국 1500여개 대리점주들, 광주지역 지자체와 경제단체 등은 각종 성명과 집회를 통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 주재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장(맨 오른쪽)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두 국책은행은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은행이다. (사진=연합뉴스)


민영화 몸값 높이려 ‘셀프 지원’ 

산은이 이처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산은이 대우조선과 사실상 한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산은은 그동안 수조원대의 대우조선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지분율이 79%까지 올랐다. 상법상 A사가 B사의 주식을 50% 이상을 소유하면, B사는 A사의 자회사가 된다. 따라서 대우조선은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경우, 산은이 보유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산은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이는 국민혈세의 증발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민적 비난과 천문학적인 손실을 막기 위해 산은은 대우조선을 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은의 대우조선 살리기가 ‘셀프 지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대주주인 산은이 자회사를 스스로 구조조정 하는 형태다보니 자꾸만 회사 전체를 살리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민영화에 대비해 대우조선의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도 읽힌다. 대우조선은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한 기업이다. 2005년 매각이 추진됐으나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로 기회를 놓쳤고, 2008년엔 6조3천억원을 써낸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문턱까지 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한화그룹이 매각대금 분납을 요청한 것을 산은이 거부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정부와 산은은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그 전에 대우조선 상황을 개선해 몸값을 높일 심산이다. 이런 과정에서 산은이 대우조선에게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비리 사건에 연루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잘못 숨기려다 악순환 반복”

산은이 대우조선을 살리려는 이유를 낙하산·관피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5년 국감 때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해양  자문 및 고문현황’에 따르면, 대우조선 부실의 큰 책임이 있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을 비롯해 산업은행과 정부고위관료 출신 인사 등 60명이 2000년 이후 대우조선과 대우조선 자회사들의 고문, 상담역, 자문역을 역임했다.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이런 낙하산 관행은 여전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해양 국내계열사 산업은행 출신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우조선 7개 계열사에 10명의 산업은행 출신 직원이 대표이사, 감사, 사내이사 자리를 받아 재취업 했다.

또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10년 동안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재선임 포함) 29명 가운데 13명(44.8%)이 관료(8명) 및 정계(5명) 출신이었다. 

이처럼 ‘정부(금융당국)→산업은행→대우조선→산업은행’으로 연결된 고리이다 보니 끝없이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관치금융과 무능, 정치권의 모럴헤저드가 낳은 총체적 부정·부패의 결과가 대우조선”이라며 “산은은 그동안 투입한 공적자금의 상당부분이 매몰 비용이 됐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합리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잘못을 숨기려고 계속 자금을 쏟아 부으면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는 “정부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 입장에선 회생하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수주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저가 수주를 하다 보면 조선업 전체가 더 어렵게 된다”며 “대우조선의 문제가 산업 위기를 부를 수 있는 만큼, 굿 컴퍼니·배드 컴퍼니로 나눠 기술력 있는 부분만 살린 뒤 나머지는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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