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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뇌물죄 박근혜’와 한배 탄 재계 운명은

SK·롯데·CJ, 일희일비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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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3.31 11:11:23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검찰 차량에 타고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격 구속되면서 그동안 일희일비를 거듭해온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법원이 삼성이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전액을 뇌물로 간주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삼성과 마찬가지로 이들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의 운명은 어찌될까. (CNB=도기천 기자)

안도했던 재계, 朴 구속에 ‘충격’ 
직접 안받아도 ‘한몸’이면 ‘뇌물’ 
재계, 檢 칼날 어디 향할까 ‘긴장’

재계는 법원과 검찰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두고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31일 CNB에 “지난해 연말 기업수사에서 (기업들의) 뇌물 혐의가 입증되지 못한 채 특검으로 수사가 이첩됐고, 최근 헌재 판결도 뇌물혐의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뇌물죄 적용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며칠 사이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며 “어디에서 뭐가 나올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가결할 당시 뇌물혐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박 대통령의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명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거뒀는데 이같은 행위를 대통령 지위를 남용한 헌법 위배로 봤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피청구인(박근혜)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재계의 기존 입장과도 맞아떨어진다. 헌재는 기업을 피의자가 아닌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서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도 피해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만큼 억울함을 부각시키는 재판 전략을 구사해 왔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공판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최씨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모두 청와대의 강요와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진 일일 뿐 대가를 바란 뇌물이 아니었다”고 강조해왔다.  

▲SK·롯데·CJ그룹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와의 뇌물공여 의혹을 받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최순실 재단 출연금 ‘뇌물’될라 초긴장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서와 장시간의 박 전 대통령 직접 심문(영장심사) 과정을 거쳐 뇌물 혐의의 상당 부분이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청구서 중 박 전 대통령의 ‘특가법 위반(뇌물)’ 죄목에는 삼성으로부터 미르재단 125억원, K스포츠재단 79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승마지원 77억9735만원 등 총 298억원이 ‘뇌물’로 적시됐다. 건네지 않은 135억원까지 합치면 433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자금 출연의 대가로 청와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을 통해 도움을 줬다는 논리를 폈다. 다음달 17일부터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그 전에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방침이다.

삼성 외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2곳으로 출연금 규모는 57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 128억, SK 111억, LG 78억, 포스코 49억, 롯데 45억, GS 42억, 한화 25억, KT 18억, LS 16억, CJ 13억, 두산 11억, 한진 10억, 금호아시아나 7억, 대림 6억, 신세계 5억, 아모레퍼시픽 3억, 부영 3억 등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했던 재단 출연금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가 비슷한 논리로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수사도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4~5곳이다. SK와 CJ는 자금을 출연한 대가로 그룹 총수가 사면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5년 8월, 이재현 CJ 회장은 지난해 8월 각각 8.15특사로 풀려났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은 사실이 의심받고 있다. 

뇌물 의혹은 아니지만, 헌재의 탄핵결정문에 이름이 오르내려 수사선상에 거론되는 기업들도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최씨 소유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청와대 강요로 일감을 몰아준 기업으로 KT와 현대·기아차를 적시했다.  

나머지는 곁가지, ‘뇌물죄’가 핵심 

뇌물죄는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뇌물죄의 가중처벌’에 따라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가 가장 죄질이 무겁기 때문에 향후 재판과 수사가 기업들의 뇌물 혐의 입증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CNB에 “인사개입·직권남용 등의 혐의는 길어야 형량이 1년 안팎이라 잔가지에 불과하다. 모든 수사와 재판은 뇌물 여부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수사와 재판의 핵심쟁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느냐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일관되게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기업들로부터 한 푼도 받은 게 없는데 어떻게 뇌물이 될 수 있냐는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수뢰하지 않았더라도 최씨와 사실상 ‘한 몸’이라면 뇌물공여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이 단지 내 시설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공사 입찰 기업이 건넨 금품을 직접 받지 않고 자신의 아내에게 대신 수령토록 했다면, 뇌물죄가 성립되는 이치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CNB에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비서관 통해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해 최씨를 도왔고 이 대가로 기업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게 되면 법 형평상 삼성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기업들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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