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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우조선은 되고 금호타이어는 안된다는 이상한 산업은행

향수와 눈물 서린 ‘토종 기업’, 외국에 넘겨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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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3.30 08:54:16

(CNB=도기천 부국장) 부실덩어리인 대우조선해양에 5조원대의 추가 금융지원을 결정한 정부와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살리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는 유독 냉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부터 들여다보자. 대우조선은 2015년 3조3천억원, 2016년 2조7천억원 등 매년 2~3조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다. 부채총액은 자기자본에 비해 무려 27배나 많은 14조5천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조선경기의 침체로 선박 수주는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2001년 공적자금 2조9000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퍼부은 혈세는 직간접 금융 지원을 포함해 13조원 규모에 이른다. 5000만 인구가 각자 26만원씩 부담한 셈이다.  

정부는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통해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산은은 지난 23일 2조9000억원의 직접 투자와 2조원대의 출자전환 등 모두 5~6조원 가량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당국이 채권단에 요구한 출자전환은 대우조선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출자전환은 빚(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채권은행들이 대우조선의 주주가 되란 얘기다. 정부는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무담보채권 1조6천억원 전액을,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은행·보험 등 기관투자자는 보유한 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를 되찾으려는 박삼구 회장에게는 180도 다른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산은을 비롯한 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최근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보유지분 42.01%와 경영권을 9550억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면서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더블스타가 제시한 9550억원을 박 회장이 수용하면 그 가격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단 얘기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당시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113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것에 대한 보답이다. 

그런데 문제는 ‘박 회장이 금호그룹 계열사 자금을 차입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단 점이다. 

박 회장은 현재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2015년 11월 그룹 재건을 위해 옛 지주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7228억원을 쏟아 부은 탓이다.   

그래서 박 회장은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채권단에 제안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모으겠다는 것. 

하지만 채권단은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 내용 등을 먼저 채권단에 제출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의도다. 

물론 채권단의 이런 원칙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그룹 전체의 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2009~2010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에 들어갔었다. 이런 전력이 채권단이 박 회장을 ‘못 미덥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자 박인천(朴仁天, 1901~1984)은 포드 35년형(앞), 내쉬 33년형(뒤) 등 중고 택시 2대를 구입해 1946년 광주 황금동에 ‘광주택시’란 상호로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수입타이어에 의존하다 직접 광주에 생산공장을 만든 것이 금호타이어(당시 삼양타이아)다. 금호 신화는 그렇데 시작됐다. (사진=CNB포토뱅크)


하지만 글로벌 타이어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점, 금호타이어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2년전 워크아웃을 조기졸업 한 점, 박 회장과 광주시민들의 금호타이어에 대한 애착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반세기 동안 광주 시민과 동고동락한 지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향토기업이다. 금호그룹은 1946년 광주에서 ‘금호고속’으로 시작해 ‘삼양타이아’(금호타이어의 전신)와 금호산업을 통해 성장했다. 박 회장 부자 모두 금호타이어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루 타이어 생산량이 20여개에 불과했던 ‘동네 공장’이 해외곳곳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그룹 내 매출의 30%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데는 지역시민들의 응원과 자부심이 있었다. 어렵사리 워크아웃에서 벗어났음에도 중국에 넘어간다는 소식에 지역사회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과거 중국으로 넘어간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보듯 기술유출과 국부유출도 염려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안희정, 이재명 등 야권의 대권 주자와 광주시, 지역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호남 지역의 대선 이슈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금호타이어가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주길 바란다. 

수조원을 쏟아 부으며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는 산은이 지역주민들의 향수와 눈물이 서린 ‘토종 기업’을 ‘백기사’가 있음에도 중국에 넘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부디 박 회장과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길 바란다.   

(CNB=도기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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