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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비운의 황태자 이재현 CJ 회장…‘기적의 귀환’ 4년 수난사

생사 넘나든 투병, 불운의 가족사…다시 시험대 오른 ‘그레이트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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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7.03.02 12:21:39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그의 사연 많은 지난 4년이 재조명 되고 있다. (사진=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의 ‘수난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돌아오는 이 회장은 당장 대형 투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공격 경영에 나설 예정이다. 그의 귀환을 두고 재계에서는 ‘기적’이라 부르고 있다. 생사를 넘나들다 다시 돌아온 이 회장의 굴곡진 4년을 들여다봤다. (CNB= 선명규 기자) 

생사 가른 4년 투병 끝에 경영복귀
분쟁·죽음…삼성가(家) 질곡의 세월    
이재현 “살고 싶다… 살아서 CJ를”

이재현 회장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멈춰 섰던 CJ그룹의 경영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CJ가 이달 정기주총을 통해 이 회장의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CJ는 그동안 미뤄 온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대형 투자와 글로벌 사업 같은 굵직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올해 투자액도 최근 5년 새 가장 큰 규모인 5조원으로 정했다. CJ는 지난 2012년 사상최대인 2조9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이듬해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몸집을 계속 줄여 왔다. 2014년에 1조9000억원, 2015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투자액이 감소했다. 

재계에서는 승부사로 통하는 이 회장이 복귀하면 먼저 대형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J는 2013년 美 물류기업 피닉스 인터내셔널의 인수 검토 과정에서 이 회장의 구속으로 포기한 적이 있다. 작년에는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따라서 이 회장이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M&A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고난’에서 꽃핀 더 큰 경영의지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복귀를 두고 ‘기적’이라 부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랜 수감생활로 건강이 많이 악화된 데다 범삼성가에 닥친 여러 악재들로 인해 복귀가 힘들 것으로 봤는데,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의 지난 4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3년 7월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수감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부친의 별세 등 가족의 불행도 이어졌다.  

그는 수감 직후 요독증이 심해져 부인 김희재 씨의 신장을 이식받는 대수술을 받았다. 신장을 이식 받았음에도 거부 반응과 감염 등으로 안정을 찾지 못해 2년 넘게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채 재판을 받아야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인구 10만명당 36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까지 발병했다. 가족력이 큰 이 질환의 증세는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고, 약해지면서 손발 변형으로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증상이 심할 때는 걷는 것조차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재판 내내 병마에 시달렸다.  
 

▲CJ그룹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이재현 회장의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병’ 진행 상태 사진. 이 회장은 이 질환으로 인해 발가락과 손가락이 굽은 모습이다. (CJ그룹 제공)


CJ그룹은 지난해 7월 이 회장의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그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속 그의 손과 발은 한 눈에 봐도 심하게 굽어 있었다. 근육위축으로 발등은 솟아오르고, 손가락은 젖혀져 있었다. 아직 이 병은 근본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족으로까지 확대됐다. 

2015년에는 부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을 떠나보냈다. 이 명예회장은 3년 간 폐암 투병 끝에 중국 베이징에서 별세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빈소도 지키지 못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부친의 마지막길을 배웅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에서 비보가 전해졌다. 며느리(장남 선호 씨의 아내)가 22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뉴헤븐 자택에서 돌연사 한 것. 결혼 7개월 만에 맞은 비극이란 점에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삼성가(家)에서도 잇단 비보가 전해졌다. 2014년 5월에는 숙부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맹희 회장의 동생)이 갑자기 쓰려져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뇌물죄 혐의로 구속수감 됐다.      

이 회장은 수감 기간 내내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법정 분쟁을 지켜봐야 했다. 범(凡)삼성가 분쟁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4년의 공백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재현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를 달성할 수 있을까. (사진=CJ그룹)


타고난 ‘승부사 기질’ 빛날까

이토록 한 많은 세월을 보낸 만큼, 삶과 경영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는 클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 내내 “살고 싶다”는 간절한 심경을 피력했다. 

다행히 이 회장은 작년 8.15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된 후, 최근 건강이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거리는 혼자서 걷고, 그룹의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 받을 정도로 회복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넘어서는 ‘그레이트 CJ’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뜻을 받아 오너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성장해 왔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약 31조원 규모로, 사상 처음 30조의 벽을 넘어섰다. 2011년에 20조원을 넘어선 이후 5년 만에 30조를 돌파한 것. 올해는 매출 목표를 40조원으로 크게 올려 잡았다.

곡절 많은 4년을 보내고 경영일선에 돌아오는 이 회장은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995년 미국의 영화제작·배급사 드림웍스에 3500억원을 투자하면서 ‘문화 CJ’를 세계에 선포한 바 있다. 당시 주변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미래 먹거리’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다. 이후 CJ는 세계 곳곳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했고, 오늘날의 CJ를 만들었다.  

이 회장의 원대한 비전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7월 항소심 최후진술이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해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완성해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이것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길지 않은 저의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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