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젊은 세대의 재태크 수단에서 외면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말까지 운영됐던 대신증권 여의도 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이 ‘외면’받고 있다. “금리가 낮으면 주식에 돈이 몰린다”는 공식은 옛말이 된지 오래고 투자자들은 노령화 되고 있다. 거래대금, 코스피 모두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형국이다. 2030세대가 증권시장을 외면하는 이유가 뭘까. (CNB=손강훈 기자)
일일거래대금 2년 새 반토막
가난한 젊은층 주식투자 기피
개미들 ‘수익’보다 ‘안정’ 택해
주식은 한때 재태크의 대명사로 꼽혔다. 부동산 투자에 비해 가진 자본이 적어도 가능하고 은행의 예·적금보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80~90년대까지만 해도 ‘몇 배 대박을 쳤다’는 무용담은 흔하게 들렸다.
부동산·내수 경기 활성화를 내세운 현 정부의 ‘저금리 기조’는 주식투자에 더욱 탄력을 붙일 것으로 기대됐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의 예·적금, 보험사의 저축보험 등의 이자율이 낮아진다. 이는 묶여있는 돈들이 증시에 투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한다는 이론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08년부터 계속 내려가 현재는 사상최저인 연1.25%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15년 3월 한국은행이 연 1.75%로 기준금리를 결정하자 주식시장은 잠시 호황을 맞았다. 실제 같은 해 2분기 일일 평균거래대금은 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1.25%인 현재 주식시장 일일 평균거래대금은 4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토막 넘게 날아간 것. 그 사이 주식매매 상하한 폭 30% 확대, 주식거래 시간이 30분 연장 등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이 시행됐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는 우리 주식시장이 박스권(1900~2100대)에 갇혀있다는 ‘박스피’ 현상에 기인한다. 2015년 7월 2100을 넘어선 코스피는 추락하다 오르다를 반복하며 2100선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수년간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주식을 산다 해도 ‘돈맛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퍼졌다.
더불어 내수경기가 상당히 침체된 상황도 주식투자를 꺼리게 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체감 경기가 최악인 만큼 사람들이 수익보단 ‘안정’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국내 5대은행인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의 지난해 요구불예금(인출이 자유로운 예금) 잔액은 327조3672억원으로 전년보다 14.6%(41조7415억원)이 증가했다.
요구불예금 상품은 연금리가 0.1%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은행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원금손실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주식·채권 등에서 느끼는 ‘원금손실’의 공포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형증권사들은 주식거래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본사 전경. (사진=손강훈 기자)
투자자 고령화, 국내 주식시장 위기
더 큰 문제는 활발한 투자를 해야 할 20~30대 젊은 층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모비스, LG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한 20대 미만과 20~30대 등 젊은층 주주 비중이 최근 10년 사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중은 늘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연령대별 주주 비중을 살펴보면 총 주주 6만6799명 중 20대 미만은 1.93%, 20대 2.77%, 30대 10.79%에 불과했다. 반면 50대 이상은 절반(49.93%)에 육박했다.
10년 전인 2006년 말과 비교하면 20대 미만은 0.09%포인트, 20대는 2.64%포인트, 30대는 14.89%포인트, 40대는 2.79%포인트 떨어진 반면 50대는 3.68%포인트, 60대는 5.33%포인트, 70대는 4.41%포인트, 80대 이상은 1.39%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변화는 네이버, 신한금융,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대기업 상장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젊은 세대가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20~30대는 청년실업·삼포세대·하우스푸어로 대변된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재태크는 사치’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는 활발한 투자를, 노년 세대는 안정적 자금 운용을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식투자를 하다가도 나이가 들면 채권, 부동산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이에 과거 주식 대박을 경험했던 40~50대가 주축인 우리 주식시장의 경우 이들이 은퇴를 할 경우 급격한 투자자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미래에는 투자자가 없어 우리 주식시장이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들 간의 생존경쟁도 치열하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으로 신규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수입원인 주식중개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고객을 일단 잡고 보겠다는 절박함이 배어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주식거래와 관련된 수익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1~2년새 일어난 NH농협금융의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 등은 덩치를 키워 여러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빅5’는 증자를 거쳐 초대형 투자은행(IB) 기준인 자기자본 4조 이상을 확충했다. 현행 법규상 이렇게 되면 어음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업무 등 새로운 사업이 가능해진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과 같은 주식시장 호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대형 증권사와 전문화·특화증권사 중심의 시장 판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