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의 우리경제 구조의 이론적 바탕이었던 '낙수효과'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참석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국가적인 경기부양 효과로 나타난다는 뜻으로 자본주의 이론 중 가장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이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뤄왔으며 현재도 ‘대기업-1차협력업체-2차협력업체-3차협력업체’ 식의 구조가 정착돼 있다.
하지만 현재 낙수효과는 흔들리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낙수효과에 관한 통계적 분석이 주는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낙수효과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2차, 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파급 효과가 더 약해진다”고 발표했다.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의 통계를 활용해 낙수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선 대기업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범위를 2차, 3차 협력업체까지로 확대하면 밑으로 내려갈수록 파급효과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말하면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발하는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의 고용을 책임지는 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흐른다. 규제방안, 정책 등은 대기업 위주로 만들어지며 대기업 오너의 구속수사에 온 나라가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 마치 대기업이 없어지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지난해 우리나라 대기업은 전년보다 평균적으로 10% 이상 영업이익을 더 냈다. “어렵다” 하면서도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것이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투자를 통한 새로운 사업영역 성과가 아닌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 얻은 실적임이 드러났다.
대기업이 사업체나 직원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그에 해당하는 하청업체 직원들 역시 일이 없어진다. 그나마 대기업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댓가를 받을 수 있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은 그냥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몸집을 줄여 얻은 성과가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까. 아마 일부만의 ‘성과급’ 잔치로 사라질 확률이 크다.
낙수효과는 이제 끝났다. 더 이상 우리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다. “대기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다수의 중소기업들도 중심이 되는 경제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허하지 않기 위해선 ‘낙수효과의 환상’을 깨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