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대선 후보들의 테마주에 대한 투자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력 대선 후보들의 테마주가 주목 받고 있다.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주식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개미들은 테마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CNB=손강훈 기자)
대선 후보와 따로 가는 테마주
묻지마 실적…학연·지연만 OK
후보 지지율 따라가면 큰 낭패
지난 7일 발표된 연합뉴스와 KBS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9.8% 지지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다른 후보들을 10%포인트 이상 따돌리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고려산업’, ‘DSR제강’, ‘우리들제약’, ‘우리들휴브레인’, ‘바른손’ 등도 연일 상승세일까. CNB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발표된 날 이들 종목의 주가를 살펴보니 큰 흔들림이 없었다.
유력한 여권 후보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다음날인 2일에는 오히려 주가가 큰 폭으로 빠졌다. 반 전 총장의 대선 포기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더 힘을 받은 상황임에도 ‘문재인 테마주’들은 반대 횡보를 보인 것.
고려산업이 7.7% 폭락한 것을 비롯, DSR제강(3.8%↓), 우리들제약(3.9%↓), 우리들휴브레인(5.4%↓), 바른손(6.9%↓) 등 대부분 관련주들의 주가가 내렸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테마주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다. 야권의 유력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도 관련주들이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지사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KD건설, 대주산업, SG&G, 백금T&A 등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다음날 일제히 올랐다. 특히 백금T&A의 경우 전날 대비 23.8%나 급등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안 지사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15% 가까운 지지율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 2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7일에는 SG&G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여권 후보의 테마주도 마찬가지다. 여권성향 후보 중 가장 선호도가 높게 나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실 다른 후보들과는 다르게 대선 출마 선언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1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탄핵국면 속 야권 성향 후보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유력한 여권 후보가 없어 나오는 지지율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현재 가장 유력한 여권 후보인 만큼 그의 테마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황 권한대행 관련주는 국일신동, 인터엠, 뉴인텍, 인포뱅크 등이다. 국일신동, 인터엠, 뉴인텍의 경우 반 전 총장이 후보직을 내려놓은 다음날 상승세로 마감했으며, 국일신동의 경우 전날 대비 29.9% 올랐다. 하지만 이후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역시 등락이 거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전주 성향이 짙은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며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작전세력 먹잇감 된 ‘인물 관련주’
이처럼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예측이 힘든 이유는 해당 종목들이 장기 투자보다 일시적으로 차익을 노리는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작전주’ 성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물 관련주는 해당 정치인의 학연, 지연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 회사의 기업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이 묶인다는 얘기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CNB에 “실적주와는 달리 테마주는 치고 빠지는 식의 차익실현이 목적이기 때문에 호재가 있을 때 오히려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이 매물을 받아 안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선 당시 시세조종과 부당거래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발된 시세 조종가(작전세력)는 모두 30명으로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590억원에 달했다.
당시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됐던 상위 20개 종목들은 70% 이상 손실이 났으며 여기에 참여한 195만개 계좌 중 매매 손실을 입은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였다.
반 전 총장이 대선불출마 선언을 한 경우도 관련주인 지엔코, 광림, 성문전자, 씨씨에스 등 7개 종목이 지난해 12월20일 대선출마를 선언했을 때보다 평균 66.2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험성이 큰데도 테마주에 여전히 관심이 쏠리게 되는 이유는 ‘한방’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심리 때문이다. 여기 편승한 일부 증권사와 언론의 자극적인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주식투자전문 커뮤니티 유에스탁 장우석 본부장은 CNB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 정책이나 인프라 관련 테마주는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인물 관련된 테마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시장규모가 커 시세 조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인물의 학연·지연에 따라 투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