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7일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한 문제와 사드 문제를 비롯해 새로운 외교판을 짜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날 박재규 총장은 경남대와 북한대학원대(총장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가 공동으로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초빙교수 연찬회에서 "러시아가 우리에게 매우 섭섭한 것이 많은데,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관계를 우리가 잘 분석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이어 박 총장은 "최근 미국 등에서 거론되는 대북 선제타격이 실현된다면 곧바로 전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것이고, 연평도 포격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폭격으로 대응하고, 이렇게 주고받다보면 제2의 6.25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경고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과 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박재규 총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서해교전 등에서 강하게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총장은 "북한은 핵․미사일을 생명처럼 생각해 '핵없는 조선은 없다' 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인민들을 따르게 하고 있다" 며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먼저 건드린다면 북한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이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번 연찬회에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선택' 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대북 선제타격과 관련해 "북한의 반격과 중국의 참전이라는 전면전을 준비한 상태에서나 가능하다" 며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미국 국민들의 전쟁 피로감이 큰 상황에서 대북 선제타격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송민순 총장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사드와 북한의 핵․미사일을 묶어 해결하는 협상의 과정을 먼저 고안해야 한다" 며 "일차적으로는 중국이 북핵문제의 진전에 더 큰 역할과 책임을 지게 하면서 미국과는 사드 배치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긴요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국내 반발과 미국의 반대를 감안할 때 현실적이지 못하다" 며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작지만 가시적인' 북한의 행동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연결시키면서 대북 정책을 서서히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고 주문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미국과 함께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전략을 늘 정책의 기저에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며 "북한의 행동을 전제로 한 핵․미사일 협상의 물꼬를 트려면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의 조정이나 제재 완화 같은 카드도 준비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송민순 총장은 “국내 지지가 단단하면 트럼프의 미국이나 시진핑의 중국으로부터 오는 기세와 위압에도 버틸 수 있지만, 분열된 국론으로는 어느 주변국도 상대할 수 없다”며 미국과 중국,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국론 수렴의 정책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강창희․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강인덕.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 황진하 의원, 김덕룡.송영선 전 의원 등 경남대와 북한대학원대 교수 및 초빙교수 등 40여명이 참석해 국제정세 변화와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