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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연임 성공한 포스코·KT 수장들, 관치 시대 끝낼까

권오준·황창규號 시즌2는 ‘최순실 그림자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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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2.01 11:18:51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황창규 KT 회장. 이들의 연임을 계기로 회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년사를 하고 있는 권 회장과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에서 강연하고 있는 황 회장. (사진=각 사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사람의 빼닮은 과거사가 주목받고 있다. 둘 다 외풍을 견디지 못해 떠난 전임자의 자리를 이어받아 개혁에 성공했으며, 나란히 임기만료와 연임을 앞두고 있다. 이들을 계기로 포스코와 KT가 주인 없는 기업, 낙하산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씻고 거듭날 지에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CNB=도기천 기자) 
 
權·黃 빼닮은 두 사람 ‘시즌2’ 개봉
최대과제는 ‘외풍 차단’과 ‘지속가능’
재계 “전문가 출신 두 사람이 기회”

지난 25~26일 각각 최고경영자(CEO) 단독 후보에 추천된 권 회장과 황 회장은 포스코와 KT의 ‘동병상련’의 역사만큼이나 비슷한 운명을 지닌듯하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민영화 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비운을 겪어왔다. 권 회장과 황 회장 또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 선출된 인물들이다.

권 회장의 전임자인 정준양 전 회장의 경우, 이명박 정부 때 낙하산 논란을 빚으며 선임됐으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자리를 지키자 사퇴압력을 받았다.   

정 전 회장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 초청자 명단에서 빠졌고,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0대 그룹 총수를 대상으로 한 청와대 오찬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당시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정 전 회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는 임기를 1년여 남겨둔 2013년 11월에 사퇴했다.  

황 회장의 전임자인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버티기 모드’를 취했지만 검찰이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회사에 수백억원 대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 등)를 잡고 KT본사와 이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결국 물러났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2017년 KT 그룹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에서 신입사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 회장은 현장에서 직원들과 자주 미팅을 갖는 소통형 CEO로 알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로운 전쟁…혁신 일궈

황 회장과 권 회장은 두 사람의 뒤를 이어 2014년 1월과 3월에 각각 취임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의 회장들과는 배경이 달랐다. 이전의 CEO들이 친정부 성향의 인물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데 비해 이들은 완벽한 ‘전문가’ 출신이었다.  

권 회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기술총괄 사장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통’이었던 만큼 혁신을 추진하기에도 그만큼 유리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취약했던 회사 재무구조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통폐합 하는 등 총149건의 구조조정 목표를 세워 이 중 98건(2016년 10월 기준)을 달성했다. 또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일반 제품보다 2배 이상 이윤을 남기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리며 4년 만에 분기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는 성과를 올렸다. 

황 회장 또한 이전의 수장들과 달리 평생 반도체 연구에 몸바쳐온 전문가 출신이다. 1989년 삼성반도체 DVC 담당으로 입사해 상무이사, 연구소장,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및 기술총괄사장 등을 거치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정립해 실제로 증명했다. 그의 이론대로 삼성전자의 메모리는 해마다 용량이 두 배씩 커지고 있다.  

이런 전문성이 KT에 그대로 전이됐다. 황 회장 취임 이후 KT는 2015년 영업이익 1조2929억원으로 1조원 돌파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통’이다. 권 회장이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고로에 직접 화입(火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쉼없는 외풍…불안불안했던 3년

하지만 쉼 없이 불어온 외풍 앞에서 이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건설에서 시작된 비자금 수사가 포스코그룹 전체로 번지면서 임기 내내 곤욕을 치렀다. 결국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은 먼지털이식 수사로 포스코를 압박했다. 권 회장은 마구 흔들어대는 권력 앞에서 ‘주인 없는 기업’의 설움을 실감해야 했다.   

최근에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와중에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청와대는 포스코와 관련된 각종 이권 사업에 관여하려 했다. 포스코 계열 광고사의 지분 일부를 가져가려 했고, 스포츠팀 창단을 강요하기도 했다.  

황 회장도 취임 때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당시 KT는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황 회장은 고객정보 유출, 자회사의 불법 사기대출 등 잇단 악재들과 마주하며 숨죽인 채 내부 개혁을 진행해야 했다.   

최근에는 ‘국정농단’의 주역 중 하나인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회사에 광고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부 야권 의원들은 황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연임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포스코와 KT가 각종 외압으로 몸살을 앓아온 데는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배경이 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재벌 기업들과 달리 포스코는 국민연금공단이 10.88%를 지닌 최대주주이고, 나머지는 외국기업과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KT 또한 국민연금이 10.62%를 소유한 최대주주이고 나머지는 외국인과 우리사주 등이다. 

이렇다보니 이들 기업이 민영화 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정부는 지금도 국민연금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쇳물(포스코)과 주파수(KT)는 국가 자산’이라는 낡은 사고방식 탓에 정권 차원의 개입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에선 잦은 ‘외풍’ 탓에 포스코와 KT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황 극복을 위한 중장기 플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스코와 KT가 각종 외압에 시달린 배경에는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朴대통령 탄핵 계기로 ‘CEO 잔혹사’ 끝내야

따라서 권 회장과 황 회장 앞에 놓인 지상과제는 정경유착과 관치의 고리를 끊는 일이다.   

다행히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CEO추천위원회의 면접 심사 과정에서 이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묻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민간기업으로서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편 기존에 시행해온 핵심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  

이를 두고 두 회사의 내부에서는 긍정론이 우세하다. 청와대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면서 이번 연임 과정에 외풍이 거의 불지 않아 분위기도 좋다.     

이들 기업의 한 직원은 “최순실의 요구를 용기 있게 자르지 못한 원인은 외압에 취약한 회사 구조 때문”이라며 “두 사람 모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라는 점에서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는 CNB에 “재계 서열 10위 내에 드는 민간기업들의 인사권을 정부에서 좌지우지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의 교체 시기마다 출렁이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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