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서울 시내에만 13개의 면세점이 운영되면서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사진=김유림 기자)
지난해 면세업계는 바람 잘 날 없었다. 수십년 간 운영해 온 면세점 두 곳이 특허권을 상실해 폐점했고, 새로 문을 연 곳은 줄줄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연말에 진행된 ‘신규면세점 입찰 대전(大戰)’에서는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일부 재벌 총수들이 출국금지까지 당하는 수모를 맛봤다. 새해에는 좀 나아질까? (CNB=김유림 기자)
‘박근혜표 사드’ 여파로 치명상 입어
구설 오르며 눈총 받다가 결국 적자
브랜드효과 노리기엔 너무나 먼 당신
지난 연말 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추가로 획득하면서, 올해 서울에만 무려 13개의 면세점이 ‘무한경쟁’을 벌이게 된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곳은 유통공룡 3사(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강남권’이다. 이미 3사는 관세청으로부터 사전 승인 통보를 받았으며, 1년 내에 면세점 영업을 시작해야 된다.
▲유통 빅3(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의 면세점은 모두 강남권이란 공통점이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한경TV 캡처)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3사 중 처음으로 면세업계에 진출하게 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말 까지 1년간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는다는 입장이며, 백화점과의 시너지를 활용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신규면세점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을 리모델링해 약 4200평 규모로 조성한다. 명품 백화점의 노하우를 살려 넓은 매장 안에 면세점의 꽃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를 비롯한 주요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켜, ‘대형 럭셔리 면세점’으로 키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첫 면세사업을 하다 보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된다”며 “경쟁적으로 빨리 오픈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관세청이 준 12개월이라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MD, 고객 서비스 등에 있어 완성된 면세점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일 손영식 신세계DF 신임 대표가 취임하며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출점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는 신규면세점을 고속터미널역과 이어져있는 센트럴시티의 4개 층을 사용해 약 4100평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며, 개점은 올해 말로 잡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 5일 다시 문을 열게 됐다. 지난해 폐점으로 인해 휴직, 임시 발령 등의 조치를 받았던 직원들이 속속 복귀 하고 있으며, 기존 운영 브랜드 대부분이 순차적으로 다시 들어올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재개장을 시작으로 ‘세계 1위 면세기업’으로 도약하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월드타워점의 올해 매출을 1조2000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향후 5년간 8조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반면 워커힐면세점은 진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4월 SK네트웍스는 SK가 장남 최신원 회장이 취임하며 워커힐면세점 부활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연말 입찰에서 탈락했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올해 면세사업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했던 ‘특허기간 5년→10년 연장’이 무산됨에 따라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권은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상반기에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공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3분기까지의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들의 영업실적. (사진=KBS뉴스 캡처)
‘황금알 거위’가 ‘계륵’ 신세 전락
하지만 예전처럼 치열한 입점 경쟁은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역시 실적 개선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 신세계면세점 372억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305억원, 두타면세점 270억원, SM면세점 208억원, HDC신라면세점 1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SM면세점은 주가마저 크게 추락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최근 1년 새 주가가 3분의1 수준으로 내려가 2016년 주가 하락률 상위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으며, 하나투어는 2015년 5월 시내면세점에 선정되면서 찍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올해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이 4곳이나 더 늘어나게 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마이너스 경영의 대표적인 이유로는 ‘송객수수료’가 꼽힌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들이 관광객을 데려온 여행사 및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국내 면세점들이 증가하면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졌고, 이에 따라 송객수수료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과거에는 매출액의 20%대였지만 지금은 40%대까지 높아졌다.
▲면세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도 면세업계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한류금지령)을 내린 상태라 매출의 60%를 유커(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는 면세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올해에는 더 노골화될 것으로 보여 유커들의 낙수효과에 의존하는 면세업계가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며 “그나마 대기업들은 당장 손실이 나더라도 글로벌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오롯이 면세점 사업에만 의존하는 중소기업 몫의 면세점들은 폐업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은 누가 오래 버티나의 힘겨운 ‘적자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