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1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베테랑’의 클라이맥스. 건물을 몰래 빠져나가다가 경찰에게 쫓기게 된 조태오(유아인)가 고급 수입차에 올라탄다. 앞을 가로막는 경찰 오토바이 두 대를 넘어뜨리고 명동 8차선 도로에 들어서니 도로 정체가 심해 달아날 수가 없다. 조태오는 여러 대의 차를 무작정 밀어붙이며 도로를 가로질러 길 건너 번화가 골목으로 질주해 들어간다.
명동의 대로를 막고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남대문 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장소가 장소다 보니 협조받을 수 있는 시간은 겨우 네 시간에 불과했다. 최영환 촬영 감독이 아무리 17년 차 베테랑이라고 해도 이렇게 복잡하고 규모가 큰 씬을 찍어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최 감독은 꼭 필요한 그림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를 미리 꼼꼼히 설계했고, 단 한 번의 시도에서 중요한 그림을 모두 찍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2014년~2015년에 개봉된 한국영화 중 주목할 만한 28편의 영화를 선정, 영상을 책임진 21인의 촬영 감독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김형구, 김우형, 최영환, 강국현, 김동영 등의 촬영 감독들을 인터뷰한 사람들 또한 조상윤, 성승택, 김병정 등 현역 촬영 감독들이다. 이들이 영화에 대해 가졌던 고민에 관해, 또 특정 장면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방법에 관해 주고받은 흥미롭고 깊이 있는 대화들을 통해 영화의 제작 현장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사)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제작 / 2만 8000원 / 미메시스 펴냄 / 4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