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가 2017년 분양 물량을 줄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진=손강훈 기자)
부동산시장이 경기침체와 각종규제, 금리인상, 정국불안 등으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보니 건설사들의 분양계획 또한 제각각이다. 새해에는 공급을 늘릴 계획인 건설사가 있는가하면 2016년보다 확 줄인 곳도 있다. 일제히 물량을 쏟아내던 최근 2~3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CNB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에 들어선 10대 건설사의 정유년 비전을 들여다봤다. (CNB=손강훈 기자)
노른자위 알짜분양으로 ‘선택과 집중’
돈안되는 곳 과감히 포기해 살아남기
도시정비사업이 효자, 그 이후는 안갯속
10대 건설사 중 7개사가 새해에는 분양을 2016년보다 줄였다. ‘규제’로 돌아선 부동산 정책,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국내 대출금리 상승,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등 내년 주택시장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10대 건설사의 2017년 분양계획을 CNB가 분석한 결과, 2016년보다 1만가구 정도 공급량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게 공급물량이 줄어든 곳은 대림산업, 삼성물산, 롯데건설 등이다.
대림산업은 2016년 2만3355가구 공급에 비해 무려 29.5%(5318가구)나 줄어든 1만8037가구만 새해에 분양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의 각종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CNB에 “부정적인 국내 분양시장 전망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분양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삼성물산은 2016년 1만187가구에서 13%(1170가구) 줄어든 9017가구를 2017년에 분양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CNB에 “특화된 상품으로 래미안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해 선보이겠다”며 주택사업 철수 소문을 일축했다.
롯데건설도 2016년 1만6398가구에 비해 1178가구가 줄어든 1만5220가구를 새해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나마 축소폭이 적었던 이유는 이미 정해진 도시정비(재건축, 재개발) 물량이 있기 때문. 정해진 물량을 제외하면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기는 힘들어 보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시장의 전망과 상관없는 도시정비사업 덕분에 2016년보다 많이 줄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분양물량을 꾸준히 늘려왔던 대우건설과 GS건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수익성이 높은 노른자위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 성공률을 높이면서, ‘돈 안되는’ 지역은 과감히 접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2016년보다 다소 줄어든 수준의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2016년 2만8666가구에서 소폭 감소(3.8%)한 2만7612가구를 새해에 분양할 예정이다. 국내분양 1위 건설사로서의 위상에는 큰 손상이 없는 수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CNB에 “주택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지만 되는 곳은 된다고 보고 있다”며 “실수요가 있는 지역을 잘 파악해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GS건설 또한 분양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콕 집어’ 공급을 진행한다. 2016년(2만7615가구)보다 6.6%가 줄어든 2만5897가구를 새해에 공급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새해 전망이 좋지는 않지만 분양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 SK건설 역시 1000가구 정도 공급량을 줄였다.
▲새해에는 여러 변수로 인해 애초의 분양계획 보다 공급이 더 줄 가능성도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봄날은 언제 끝날까
반면 분양을 늘린 곳도 있다. 시장의 상황과 상관없는 재건축·재개발 물량을 대거 수주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2016년보다 24.8%(4864가구) 늘어난 2만852가구를 새해에 분양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체 물량 중 시장 상황과 상관없는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며 “자체 사업 역시 사업지를 고심해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재개발 물량을 대거 수주한 현대산업개발은 2016년 1만165가구에 비해 무려 81.4%(8281가구)가 늘어난 1만8446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부산 가야1구역, 대구 복현시영, 고양 능곡5구역, 광명 11R구역, 안양뉴타운 등 이미 예정된 도시개발사업 덕분에 불경기를 비껴가게 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공급계획 중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많은데다가 2016년 분양했어야 하는 3000여가구의 재건축·개발 건이 다음해로 미뤄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도 분양이 새해에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공교롭게도 ‘범 현대가’ 건설사들만 공급이 늘어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10대 건설사들이 실제로는 계획보다 공급을 더 줄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통상 새해계획은 ‘비전’ 위주로 세우는 만큼 막상 시장에 들어가면 여러 변수로 분양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시장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아 이런 경우는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지역의 청약자격을 강화한 11.3부동산 대책으로 서울시 재건축 열기가 한 풀 꺾인데다 추가 잔금대출 규제도 새해부터 시작된다. 국내 대출 금리에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금리인상도 3차례나 예정돼 있다.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관계자는 CNB에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새해 분양 계획에 상당수 포함돼 있어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2017년 공급량이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이미 예정된 공급물량이 소진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