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비가 10대 건설사 중 낮은 편인데도 안진회계법인이 ‘감사 의견거절’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감사 의견거절’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비가 10대 건설사 중 낮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CNB 취재결과 확인됐다. 주요건설사들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미수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의견 거절을 당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안진회계 미청구공사 문제 삼았지만
동급 건설사 중 미수채권 가장 적어
국내사업 비중 커 채권 성격도 양호
재무구조 우량한데 의견거절 이례적
안진회계법인은 최근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등과 관련된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이를 제대로 증빙할 때까지 감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견 거절 상태가 계속되면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3분기 미청구공사비는 연결기준 2조158억원으로 전년도 말보다는 증가했지만, 1분기보다는 1천억원 이상 줄어들었고 2분기와는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과 비슷한 체격을 갖춘 시공능력평가 5위 안팎의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 아니다. 현대건설이 3조6089억원으로 가장 많고, GS건설 2조1918억원, 대우건설 2조158억원, 삼성물산 1조4820억원, 대림산업 1조2618억원 등이다.
미청구공사비를 제외하고 미수금(매출채권)만 따지면 대우건설이 가장 양호했다. 대림산업이 2조8337억원으로 가장 높고 현대건설(2조5543억원), GS건설(1조8940억원), 대우건설(1조318억원) 순이다.
미청구공사비는 공사는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이른다. 발주처에 청구했으나 받지 못하고 있는 미수금(매출채권)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이 두 가지 항목은 건설사의 부실상태를 파악하는 핵심 기준이다.
문제가 된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비의 질은 어떨까.
CNB가 국내건설업 현황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중 국내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8천억원)였다. 나머지 60%(1조2천억원)는 해외공사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대형건설사들의 미수금 중 해외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한다는 점에서 대우건설은 국내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 비중이 높다는 의미는 미수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채권정리 등이 해외에 비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장 중 미청구공사비가 가장 큰 곳은 모로코 사피발전소였다. 미청구공사비가 2900억원에 이르지만 전체 공정율이 57%를 넘어서고 있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발주처가 파산해 공사가 중단되거나, 준공 시점이 지났는데도 미수금(미청구공사비 포함)이 있는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일부 사업장은 발주처와의 클레임(계약 위반에 따른 이의제기)으로 대금청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경우 클레임 청구 승소율이 평균 7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큰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까다로운 해외건설 특성상 준공 시점이 지났는데도 미청구로 남은 곳이 몇 곳 있지만, 대부분 사업장은 순조롭게 공사와 대금회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진-산은 갈등이 배경?
이처럼 대우건설이 다른 건설사에 비해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의견거절’ 통보를 받았다는 점에서 건설업계 전반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안진회계법인에 회계감리를 맡기고 있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미수채권 규모가 대우건설 보다 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안진이 대우건설만 콕 집어 감사 거절을 한 배경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회계 조작의 책임을 안진 측에 떠넘기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는데, 불똥이 대우건설로 튀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대주주다. 안진이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거울삼아 수주산업 회계 방식의 틀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관련 업계에 보냈다는 해석도 있다. 어느 쪽이든 대우건설로서는 때를 잘못 만난 셈이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