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정부 지분이 일부 매각되면서, 우리은행이 오랜 숙원인 민영화에 성큼 다가섰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이 천신만고 끝에 새주인을 찾게 되면서, 최대 숙원인 민영화에 성큼 다가섰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은 높다. 정부가 여전히 최대주주인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번 매각 과정에서 등을 돌린 점도 부담이다. 여러 금융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과점주주’ 방식도 실험적이다. 우리은행이 완전한 ‘민영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왜 ‘절반의 성공’?
인수합병시장에서는 이번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한다. 지난 16년 간 여러 번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다가 이번에 흥행에 성공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1.06% 중 29.7%가 IMM PE(6%),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등 총 7개 금융사에 매각됐다.
하지만 여전히 예보가 잔여지분 21.4%를 지닌 최대주주다. 이는 과점주주 매각방식 때문이다. 과점주주란 여러 명의 주주가 작은 지분으로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매각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소규모 지분 투자로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 터라 사는 쪽과 파는 쪽 모두 ‘지분 전량 처분’이 의미 없게 된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3일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은 과제는?
이러다보니 몇 가지 과제가 남게 됐다.
정부는 이번 매각으로 2조4000억원을 거둬들이게 돼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 중 총 10조6000억원(회수율 83.4%)을 회수했다. 남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예보의 잔여지분을 주당 약1만5000원에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각에 매겨진 단가는 주당 약1만1700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지난 11일 1만2750원까지 올랐던 우리은행 주가는 지분 매각 발표 후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주가는 떨어지고 있는데 매각가격은 더 높게 받아야 된다는 얘기다. 2차 매각이 더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여러 금융사가 참여하는 초유의 공동경영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우리은행은 4~6%씩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각자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지분 구도상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잠재돼 있으며, 주주 간의 이해관계에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의견조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작용한다.
외국계 투자사들이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점도 글로벌 위상을 구기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2월 싱가폴과 유럽, 5월 미국, 6월 일본으로 날아가 현지에서 해외IR(기업설명회)을 여는 등 ‘민영화 세일즈’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동안 이 행장이 직접 만난 해외 투자사들이 100여 곳에 이른다. 지난 9월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 때까지만 해도 참여한 투자자가 18곳이나 됐으며, 이 중 상당수는 외국계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외국계 투자자는 모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 등 국내 정치가 불안하고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주가가 많이 올라 부담이 됐다는 점과 경영권이 분산된 과점주주 방식이 외국계 사모펀드(PEF)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은행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가 참여했으면 우리은행 주주구성이 다양해져 급변하는 해외시장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해결책은?
우리은행은 이런 우려들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14일 사내방송을 통해 “금융지주사 복귀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위상을 확보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주사 전환은 시장 친화적인 경영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신한·KB국민·하나·NH농협 등 국내 금융그룹들은 전부 지주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금융지주만 예보의 구조조정에 의해 지난 2014년 우리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지주사와 은행이 양립하는 게 ‘옥상옥(屋上屋) 구조’라는 비판도 있지만, 전체 금융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주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지분매각으로 정부 감사에서 벗어나 자율성이 커졌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지분을 인수한 경영주체들(7개사)이 전부 이에 찬성할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이번 민영화와 관계없이 금융지주 재추진은 내년도 사업계획 등에서 누누이 검토돼 왔던 부문”이라며 “미래성장성에 있어서 방향성만 제시한 수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잔류 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 실추된 글로벌 위상의 회복 등 남은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며 “무엇보다 새롭게 구성된 과점주주들이 기존의 ‘우리은행맨’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 나갈 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