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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朴대통령과 한배 탄 재계 총수들 운명은?

뇌물죄=쌍벌죄, 죽느냐 사느냐 ‘운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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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11.21 09:04:4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대기업 총수들을 사법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들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게 되면 박 대통령도 같은 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를 ‘대가성 청탁’으로 봐야 하는 지도 법리가 엇갈린다. 본의 아니게 재벌 총수들은 대통령과 운명공동체가 됐다. 이들은 피해자일까, 범죄자일까. (CNB=도기천 기자)

대통령-총수 독대 후 최순실이 수금
민원 얘기 누가 먼저 꺼냈냐가 관건
檢 “청와대가 먼저 민원 접수한 듯”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있는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기업 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돈 뜯기고 범죄자 취급받고 있다’며 억울해 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 얘기만 나와도 넌더리가 난다”며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누가 (기금 출연을) 거부할 수 있었겠냐”고 하소연했다. 

검찰 수사 등에서 드러난 모금 과정을 보면, 대통령과 총수의 독대가 끝나면 그 직후에 최씨 측이 수금해가는 패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3월에 걸쳐 10명의 기업 총수를 독대했다. 작년 7월 24~25일 양일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일대일로 만났다. 올해 2~3월에는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을 각각 접촉했다.  

이들은 대통령과 만난 직후에 최씨 측에 수억∼수백억원씩 기금을 냈다. 이 기간 중에 돈을 낸 곳은 이들을 포함해 19개 그룹(53개 계열사)에 이른다. 이 중 약점이 있는 기업들은 최씨 측이 따로 만나 ‘돈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의혹 관련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등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했지만 기업들과 연루된 ‘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는 대통령과 총수 간의 독대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느냐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그 직후 거액의 기금을 출연했다면 뇌물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해당 기업들에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죄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강요할 때 성립한다. 대통령이 최씨의 청탁에 의해 기업들에게 기금을 내라고 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는 알선수재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반면 대통령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금을 출연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요에 의한 행위기 때문에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부정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은 5~6곳이다. 자금을 출연한 기업이 수십 곳에 이른다는 점에서 혐의 대상은 더 넓혀질 수 있다.

▲자료=재벌닷컴, 경제개혁연대 / 그래픽=연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3월초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그 직후인 3월 17일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롯데를 찾았다. 이후 롯데케미칼 등 6개 계열사가 총 70억원을 K스포츠에 송금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K스포츠는 이 돈을 롯데에 돌려줬다. 돈이 오간 시점이 검찰이 롯데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간 6월 10일 직전이었다는 점에서, 롯데가 모종의 대가를 바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도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수감 중인 때인 박 대통령을 만났다는 점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그 직후인 2월 29일 K스포츠재단은 SK에 80억원을 요구했다. 이 시기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문제도 걸려 있던 때였다. 하지만 SK는 지원을 거절했다. 이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불허됐고 최 부회장 사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세무조사 중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을 만난 사실이 확인돼 조사를 받았다.  

손경식 CJ 회장은 지난 7월 박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재현 CJ 회장의 사면과 관련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이 회장은 재벌 총수로는 유일하게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CJ가 최씨 측에 낸 출연금은 13억원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크지는 않다. 검찰은 이 돈이 이 회장의 사면과 관련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 훈련을 후원한 경위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데, 정씨는 승마 국가대표다. 

이밖에도 금호아시아나 서모 사장, 포스코 최모 부사장, LS 안모 전무 등 여러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강제모금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 총수·CEO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대화하며 함께 웃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모임 직후 7개 그룹사의 총수들을 차례로 독대했다. (맨 앞줄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강압 받다가 민원 제기 했다면?

법조계에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청와대 등 권력에 비해 ‘상대적 약자’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재단 설립을 먼저 제안한 쪽이 안 전 수석이나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고, 청와대에 밉보이길 두려워한 기업들이 서둘러 기금을 끌어다 낸 모양새였다는 점에서다. 

특히 청와대와 기업 중 어느 쪽이 먼저 민원 얘기를 꺼냈느냐가 중요한 잣대인데, 현재로서는 청와대가 먼저였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실제로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7개 그룹 총수 간 단독 면담에 앞서 해당 기업들에게 현안(민원) 자료를 내라고 요청했다. 기업들이 보내온 자료를 안 전 수석이 메모 형태로 재정리했다. 이 메모는 검찰이 안 전 수석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해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령 기업들이 민원을 먼저 제기했더라도 강요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뇌물공여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되려면 기업 쪽에서 ‘부정한 청탁’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기업이 청탁을 목적으로 접근해 기금을 납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령 그 과정에서 민원성 발언이 오갔더라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애초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연했다는 주장을 늘어놓다가 현재는 청와대의 외압 탓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별도로 최씨 측에게 기금을 낸 기업은 이와 경우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전경련을 통한 모금 외에 최씨 측과 접촉해 추가로 돈을 낸 기업들까지 피해자로 봐야 하는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檢, 뇌물죄 적용 ‘신중’

어쨌든 기업들은 박 대통령과 한 배를 탄 모양새가 됐다. 뇌물죄가 양쪽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뇌물죄로 처벌받게 되면 대통령도 마찬가지 혐의가 적용된다. 

따라서 부담을 느낀 검찰이 기업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강요 혐의를 적용했지만 ‘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롯데·현대차·포스코·KT를 직접 언급하면서도 뇌물죄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검찰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총수들을 독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최씨와 별도로 접촉한 일부 기업에 대해서만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기소되고 대통령은 빠져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촛불민심의 향배에 따라 뇌물죄 적용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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