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이동엽 센터장.
60대 환자가 오른쪽 엉덩이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다. 환자는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저리고 쥐가 날 뿐만 아니라, 걸으면 엉치뼈가 울리고 대여섯 발자국에 아파서 주저 앉을 정도로 통증이 심각했다.
소변도 시원하지 않고 자주 보는 등의 증상이 계속되어 다른 병원에서 신경주사치료도 10회 이상 받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한 MRI 검사 결과 경미한 척추관협착증 진단으로 약물 치료만 시행했기에, 심한 통증의 원인을 다시 한 번 파악하고 수술적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검사 결과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신경공협착증'이 통증의 원인이었으며, 신경감압수술 후 받은 후 회복됐다.
척추관을 지나는 척추 신경은 신경공(neural foramen)이라는 뼈에 난 구멍을 통해서 척추 밖으로 빠져나간다. 척추 밖으로 빠져나간 신경 가지들은 엉덩이, 다리, 발 등 신체 구석구석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신경공 부분에 뼈가 두꺼워져 신경 가지를 누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신경공협착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신경공협착증은 MRI나 CT 검사를 해도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공협착증이 통증의 주된 원인이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해 엉뚱한 다른 부위에 치료를 받거나 심지어 수술까지 받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엉덩이와 다리가 아픈데, MRI 검사 상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면 신경공협착증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척추관협착증(왼쪽)과 신경공협착증(오른쪽)으로 검게 표시된 부분이 신경을 누르는 부위다.
신경공협착증 진단은 MRI 검사만으로 판별이 애매한 경우 엠알 마이엘로(MR myelogram)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여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엠알 마이엘로 검사는 척추 신경이 얼마나 심하게 눌려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MRI 사진에서 척추 뼈, 디스크, 근육, 인대와 같은 부분은 지우개로 지우고 신경만 뽑아내서 보는 검사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신경공협착증이 의심되거나 척추관협착증을 수술하기 전에는 엠알 마이엘로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게 되며, MRI, CT, 엠알 마이엘로 검사를 시행하여 신경공협착증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종합적으로 정확한 진단 후 치료 방법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신경공협착증도 척추관협착증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 시 치료가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신경공협착증이 심한 경우에는 비수술 치료를 여러 번 시행하더라도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신경공협착증은 신경감압수술로 치료할 수 있으며, 하반신 수면 마취 하에 2~3cm 정도의 최소 절개로 진행된다.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확대한 후 정밀 의료용 드릴을 이용하여 신경을 누르는 비대해진 뼈만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신경감압수술은 최소 절개는 물론 정상 척추 뼈를 대부분 살리면서 수술이 진행되므로, 대부분 무수혈 수술로 진행될 만큼 출혈량이 적으며, 인조 디스크나 나사못 같은 인공 보형물을 삽입할 필요가 없다. 수술 후 4시간 정도 지나면 보조기를 착용하고 일어설 수 있으며, 수술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보행을 시작하고 4일 정도가 지나면 퇴원이 가능해 회복도 빠르고 조기에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 도움말=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이동엽 센터장 >